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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압박에도 OPEC+ 감산, 유가 치솟나…백악관 "러에 협력한 것" 비판

최종수정 2022.10.06 07:38 기사입력 2022.10.06 04:48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미국의 노골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결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오는 11월부터 하루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2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에 합의하며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유가가 치솟으며 고물가 장기화 우려가 잇따른다. 백악관은 OPE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협력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OPEC+ 하루 200만배럴 감산 합의...WTI, 87.76달러 마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는 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OPEC 본부에서 열린 정례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다음 달부터 일일 200만배럴의 감산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3월 이후 최대 규모의 감산이다.

이러한 감산 결정은 최근 확산하는 경기 침체 우려, 유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달러 가치가 치솟고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원유 수요까지 감소하자 공급을 줄이는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OPEC+는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른 감산 규모"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대면 형식으로 열렸다. 다음 회의는 12월4일 개최된다.


국제유가는 즉각 뛰어 올랐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1.43%) 상승한 배럴당 87.7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9월14일 이후 최고치이자 3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 기간 상승률만 10%를 웃돈다.


일각에서는 100달러 재돌파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국제유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 등으로 지난 6월초 120달러선을 돌파했으나,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하며 배럴당 80달러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캐피털 이코노믹스(CE)의 캐롤라인 베인 원자재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OPEC+ 산유국들의 생산량이 쿼터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 실제 공급량은 훨씬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브렌트유 가격이 향후 6개월 간 배럴당 105달러 수준을 오갈 것으로 내다봤다.

◆美 압박도 안통해...바이든 "근시안적 결정에 실망"

미국은 OPEC+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백악관은 이날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OPEC+의 감산에 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1월에 전략비축유 1000만배럴을 추가 방출하는 한편,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추가 조치를 검토할 것도 지시한 상태다. 또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도 요청하고, 미국 의회와 함께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협의하기로 했다. 휘발유 수출 금지, 가격상한제 등도 검토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감산 합의는 그간 미국의 노골적인 반발과 압박 속에 이뤄져 눈길을 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번 정례회의를 앞두고 감산을 막기 위해 여러 통로로 산유국들을 압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매체 CNBC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산유국들이 감산을 반대하도록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NN 역시 백악관 내부 보고서를 입수해 "백악관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을 재앙으로 규정하고 로비력을 총동원했다"고 보도했다.


당장 한달여 뒤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안정에 힘을 쏟아왔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산유국의 감산 여파로 유가가 들썩일 경우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휘발윳값을 비롯한 물가 이슈는 경제 심판론을 앞세운 공화당에 유리한 카드로 거론된다.


더욱이 유가 안정을 명분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문제에 대한 소신까지 접고 방문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러시아와 행보를 같이 하면서 체면도 구겼다는 평가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7월 사우디 방문 후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오히려 OPEC+의 감산 결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미 현지 언론들은 사우디가 러시아와 협력해 대규모 감산을 추진 중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이 셰일 가스를 증산하면서 시작된 사우디와 러시아 간 시장 대응 밀착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초 내년에나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OPEC+ 대면 회의가 갑자기 열린 것 역시 미묘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미국과 서방이 추진 중인 러시아 제재의 일환인 원유 상한제가 구체화하면서 산유국들에게 압박이 됐고, 이에 맞대응한 감산 수순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오늘 발표로 OPEC+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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