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신당역 사건 목소리 내지 않아
'여자들의 문제'라는 인식 속 노력 부재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등 현실적 대책 촉구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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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박준이 기자] "우리 정치는 하는 척만 하는 정치다. 문제가 발생해야만, 사람이 죽어 나가야만 그때 조금 움직인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2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가장 먼저 정치권의 문제를 지목했다. 그는 "스토킹 처벌법(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작년 10월21일에 시행됐는데 그 이후로 8명이 죽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는 것"이라며 "이 사건이 이번에도 많이 이슈가 되다 보니까 그제야 (정치권이) 뭔가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사람이 죽어야 그제야 이제 조금 움직이는 우리 정치가, 반걸음이라도 앞서 나가서 우리 국민들이 위험이 없을 수 있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사실상 방치한 법원과 검찰, 경찰의 경우를 언급하며 "실질적으로 해결을 하는 데 노력을 쏟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 전담 수사팀이 고작 10명이 충원됐다는 기사를 봤다"며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을 안 하고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자신들의 일이라고 생각을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지난 19일 이와 관련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제1 야당 대표가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는데 질문에 제대로 답도 하지 않는 모습이 너무 답답했다"며 "대표가 직접 발언하는 것과 대변인, 최고위원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다. 대선 때라면 누구보다 먼저 이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내셨을 분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모습이 참 안타까운 일이고 비겁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당역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여성 의원들은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남성 의원 중에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번 사건은 젠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그런 아주 심각한 사회 문제인데, ‘여자(들만의) 문제’지 하는 인식 속에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고,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멀었다"고 개탄했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남긴 추모 메시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6일 '역무원 스토킹 피살 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입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을 찾아 남긴 추모 메시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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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당역 사건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측 입장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리 사회의 남성 중심적 사고방식이 총체적으로 발현된 결과라고 봤다. 그는 "우리 사회는 남성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고통을 입었었고 스토킹에 협박으로 살해까지 당했는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동일선상에 두고서 이들의 부모님 마음이 어떻겠냐, 공사까지 갔는데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했겠느냐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인식이 기득권자들에게 더 널리 공감되고 통용되고 있지 않냐는 아쉬움이 있다"며 "이런 인식들이 결국 이같은 사건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했다. 다만 ‘여성혐오 범죄’의 규정을 넘어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내가 너 좋아해, 그러니까 너도 나 좋아해. 안 그럼 내가 너를 죽일 수 있어’ 이런 것"이라며 "이는 굉장히 그릇된 남성 문화에서 나오는 가치관이고 내가 너보다 우위에 있다라는 그런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혐오가 맞다, 아니다로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대처에 대해 더 논의를 하는 게 생산적이다"라고 했다.


우리 사회에서 스토킹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포괄적인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스토킹 처벌법과 관련해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며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피해자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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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피해자 신변 보호 시스템에 대한 보완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추적단 불꽃' 활동을 할 때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아서 3개월 동안 신변 보호를 받은 적이 있다"며 "일반 워치에 비해 무겁고 크고 불편하지만, 그래도 ‘신변 보호를 받고 있구나’라는 안심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 살해 사건의 피해자는 한 달 만에 신변 보호가 끝났다"며 "이런 미흡한 사각지대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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