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인상시 달러 더 올라…마지노선 줄줄이 붕괴, 日경제는 30년 뒷걸음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정현진 기자]미국 달러화의 초강세는 세계 경제를 또 다른 위기로 내몰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와 맞물린 강달러가 전 세계 금융시장 여건을 전방위적으로 위축시키고 각국 통화 가치까지 끌어내린 탓이다. 당장 외채 비중이 높은 신흥국과 글로벌 기업들은 높아진 상환 부담에 비상이 걸렸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일본의 경우 경제 규모가 30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무너진 통화 마지노선...日 30년 후퇴 분석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18일(현지시간) 최근 달러화 강세에 대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강세"라고 진단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주 109.76에 마감했다. 올 초 96선에서 대폭 오른 수준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인덱스가 100 이하였음을 고려할 때 확연한 강세다.
각국 통화가치의 마지노선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앞서 ‘1달러=1유로’ 패리티가 무너졌던 유럽에 이어, 중국과 일본마저도 달러당 7위안, 달러당 140엔이라는 심리적 저항선이 붕괴됐다. 원·달러 환율도 14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는 최근 달러당 7위안선을 돌파했다.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선을 넘어서는 ‘포치(破七)’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건 미·중 갈등이 심화했던 2020년 7월이었다.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2위안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 외환 당국은 급격한 위안화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화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외환보유고 비율 인하를 단행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위안화 평가절하를 피하진 못했다.
정책적으로 엔화 약세를 용인해온 일본마저도 현 엔화 가치는 용납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엔화 약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면서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열어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전망한 일본의 올해 명목 GDP인 553조엔을 1달러=140엔 환율을 기준으로 환산한 결과 3조900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명목 GDP가 4조달러를 밑도는 것은 1992년 이후 30년 만이다. 달러로 환산한 일본 경제가 1990년대 버블경제 붕괴 직후로 되돌아간 셈이다. 2012년에는 일본의 명목 GDP 규모가 6조달러를 넘어 독일 대비 80% 컸지만, 올해는 거의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 금리 인상 앞둔 美, 강달러 부추길 듯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는 이러한 강달러를 한층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잇단 금리 인상에도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향후 추가 긴축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강달러를 지지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번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최소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1%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Fed가 이처럼 긴축 정책을 강화할수록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더 쏠려 강달러 현상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긴축 사이클은 과거 2008년, 2020년 당시 강달러와 현 상황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또한 이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인플레이션을 한층 심화하는 효과로도 이어진다. 헤지펀드 멜카트킬캐피털은 "달러 강세는 유럽에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며 "에너지처럼 가장 중요한 교역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외채 비중이 높은 신흥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할 점이다. 앞서 세계은행(WB)이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가 경기 침체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특히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금융 위기 가능성을 경고한 배경이 여기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내년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이머징마켓 정부들의 달러 표시 부채는 830억달러(약 115조37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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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각국이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더욱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경우 금융시장에는 더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 WSJ는 또 다른 기사를 통해 "강달러는 승자 없는 소모전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경기둔화 경고음 속 통화 긴축 여력이 부족한 신흥국들일수록 역환율 전쟁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강달러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 공동의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산운용회사 아문디의 파레시 우파드야야 통화전략국장은 "달러 가치를 낮추기 위해 공동의 개입이 이뤄질 명분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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