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끝에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 19일 시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살았다면 당국의 책임론이 지금과 같이 불거졌을까. 피해자가 가해자 전모씨로부터 피격 직후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하며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얘길 듣고 바로 떠오른 질문이다. "아니다"란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사건 말고도 스토킹 범죄 사건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스토킹을 중범죄로 인식하고 처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됐다. 당시 정치권은 1999년 처음 발의된 관련법이 국회에 통과한 건 처음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반의사불벌' 조항 등이 포함돼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여성계 등 일각의 우려 목소리가 묻혔다.
아니라 다를까. 묻혔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자신을 스토킹으로 신고한 전 여자 친구를 보복 살해한 김병찬, 신변보호를 받는 여성의 어머니를 살해한 이석준의 범행 모두 법 시행 이후 발생했다. 올해 2월 서울 구로구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40대 여성이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던 전 남자친구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 등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사기관 등 당국의 다짐은 쏟아졌다.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경찰도 그랬다. 총수가 직접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모든 제도와 시스템을 손질하겠다고 약속했다. 올해는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 신설 등을 추진하겠다며 대응 강화를 예고했다. 스토킹 가해자가 경찰의 긴급응급조치에 불응할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실효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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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뀐 것은 없다. 사건은 반복되고 같은 다짐과 약속뿐이다. 이번에도 유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문제점을 뜯어고치겠단다. 긴급응급조치 불이행 시 과태료 처분을 형사처분으로 상향하는 등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단다. 소 잃고 고칠 외양간을 아직 구상 중이란 말로 들린다. 경찰을 포함한 당국의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부족을 따끔히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인이 된 수많은 스토킹 범죄 피해자들이 다시 살아온다 해도 "죄송합니다"란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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