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외화예금…"달러 팔고, 엔화 산다"
개미투자 몰리는 엔화예금 1년만에 2조원 늘어
달러 곧 고점이라는 심리 때문에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서
작년보다 훨씬 저렴해진 엔화에는 '사자' 심리 쏠려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100엔당 1071.66원 → 972.58원 (작년 9월 16일 대비 지난 9월 16일)
1년 사이 원화 대비 엔화 가치를 비교한 흐름이다. 천장을 뚫을 기세로 올라가는 달러와는 반대로 엔화는 고꾸라지고 있다. 은행 외화예금 상황을 보면 원·달러 환율은 곧 고점이라는 심리 때문에 투자자들이 '팔자'로 돌아섰지만, 작년보다 훨씬 저렴해진 엔화는 '사자'는 심리가 쏠리고 있다. 쌀 때 사뒀다가 나중에 비쌀 때 팔면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로 꺼지는 중인 엔…환차익 기대
엔화예금 1년 전보다 2조원 늘어
19일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에 따르면 엔화 예금 잔액(15일 기준) 6704억엔으로 지난해 9월(4521억엔) 대비 2000억엔(한화 약 2조원) 이상 늘었다. 엔화 가치는 올해 3월 이후 연고점인 100엔당 1065.56원을 찍고 수직하강했는데, 6월에는 연저점인 934.18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약간 오르긴 했지만 엔화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엔화에 투자할 시기는 맞지만, 공격적으로 뛰어드는 것은 무리라고 보고 있다. 김하진 하나은행 서압구정 골드클럽 PB팀장은 "엔화 가치가 많이 떨어지면서 일반 고객들이 얼마간의 환차익을 생각해 외화예금에 가입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엔화 예금의 경우 금리가 0%이고, 원화 대비 엔화 가치 하락 폭이 달러 대비 엔화 가치 하락 폭 만큼 크지 않다는 것 역시 인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훗날 엔화 가치가 올라간다고 해도 환차익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고, 이자 수익도 기대하기 힘들단 얘기다.
일본은 여전히 제로금리, 이자율 0%
큰 환차익 기대는 무리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최근에 엔화 투자에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달러는 우리나라보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이자소득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지만, 일본은 지금도 제로금리라 엔화 예금에 주는 이자가 0%"라고 설명했다. 외화예금은 각국의 시장 상황과 외화 수요에 맞춰 국내 은행도 이자를 차등 지급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실제 한 시중은행들의 외화예금 이율은 달러의 경우 1.9%(7일 미만)~3.47%(5개월 이상~6개월 미만)인데 비해 엔화 예금은 전 구간 모두 0%다.
환차익을 누리려 엔화를 산다고 해도, 분산투자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안비호 NH농협 WM(웰스매니지먼트) 전문위원은 "엔화의 가치가 달러를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금융위기 때인 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게 맞지만, 원화에 비해선 4년 만에 최저수준이라 환차익이 대폭 나긴 힘들 것"이라며 "수출입을 하는 기업들의 경우 100엔당 900원대로 매수할 타이밍을 타고, 미리 환전해서 예금해놓으면 나중에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서는 '엔화=안전자산'이라는 공식이 깨진 것으로 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로 일본은 수입 물가가 급등하며 무역수지 적자가 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엔화 약세가 끝나는) 변곡점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예금은 감소중
한편 달러예금은 4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 기준으로 지난 15일 잔액이 519억달러로 집계됐다 .7월 말 526억5800만달러에서 8월 말 513억45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가 519억달러 정도로 늘어나긴했지만, 전반적으론 감소세가 이어질거란 평가다.
전문가들도 환율 추가 상승 여지는 있지만, 지금은 달러를 살 때가 아니라 팔 때라고 조언한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제부터 예화예금은 차익 실현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미 달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달러예금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괜찮지만, 현시점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 환차익을 기대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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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 3일 1191.8원에서 시작해 현재 1400원을 바라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8월에도 1340원을 넘어가며 고점이라는 평가가 나왔었고, 9월 들어 환율이 또 한차례 이슈로 떠올랐는데 이럴 때마다 기업과 개인의 환차익 실현이 많아진다"며 "환율에 민감한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내부에서 정해진 기준에 도달하게 되면 무조건 팔아야 해서 환율이 오를 때 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이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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