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 이사장…상호금융권 내부통제·감독 문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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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서울 은평구의 한 신협의 지점장으로 재직했던 A씨는 내부의 여러 불법 행위를 지적했다가 십 수년 간의 직장 생활이 위태로워졌다. A씨는 신협에서 발생한 보험청약서 수백건의 서명 위조 문제와 한 건축회사의 부동산담보대출 과정에서 위규 대출 정황 등을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다. 하지만 이후 A씨는 사무실 책상이 비좁은 통로에 배치되고, CCTV 감시까지 받으며 따돌림의 대상이 됐다. A씨는 결국 명예퇴직 압박 등을 이유로 고용노동부에 직장내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민들의 자금으로 운영되는 상호금융권 내부에서는 구시대적인 비리와 악습들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1일 상호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사장(조합장) 중심의 운영과 내부통제 시스템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내부에서 비위를 지적해도 '제보자만 내보내면 된다'는 식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부정행위들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산규모 124조원에 달하는 신협의 경우 전국 873개 조합(지난해 말 기준)에서 1680개의 영업점을 운영하고 있다. 각 조합마다 이사장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신협중앙회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신협은 각 조합원들이 직선제 방식을 통해 이사장을 뽑는 형태다. 이사장·조합장은 최대 12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농협·수협은 전국이 동시에 조합장 선거를 하는데 토론회 등 선거운동이 제한돼 현직 조합장에 유리한 구조이다보니 지역 토착세력이 장기간 재임하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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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적발하지 못하는 상호금융권의 부정행위도 상당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한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이사장 선거를 앞두고는 잡음이 나오면 안되니까 부정행위 등이 나와도 유야무야 덮는다"며 "각 지점을 관리하는 감사가 중앙회 출신인 경우에는 서로 아는 사이다보니 중앙회의 감사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규정 위반 대출에 대해 1차 모니터링 역할을 하는 내부 전산 시스템도 시중은행에 비해 몇 년씩 뒤처지는 것도 문제다.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 증빙서류 등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할 때 입력가능값보다 초과되는 금액이 뜨면 확인하라는 메시지 등이 뜨지만 일부 상호금융권의 경우 이 같은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상호금융권의 경우 시중은행들과 달리 주무부처도 제각각이라 일관된 감독 체계가 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신협의 경우 금융위원회 소관이라 다른 상호금융권과 비교했을 때 낫지만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로 소관부처도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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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감사 인력을 충원하고, 상호금융 관련된 일관된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은행, 보험, 증권까지 담당하는 금감원이 상호금융권까지 들여다보기는 쉽지 않다. 결국 중앙회가 감사 조직의 인력과 횟수를 늘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미국 같은 경우에는 상호금융권 감독청이 따로 있다. 상호금융권에 대한 감독 체계도 상이하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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