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수원)=이영규 기자] 2014년2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송파에 사는 세 모녀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방에 번개탄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했다. 지하 셋방에 살던 이들은 질병을 앓고 있었다. 수 입 한 푼 없었지만 국가와 자치단체가 구축한 어떤 사회보장 체계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 70만원, 그리고 죄송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했다.
8년 뒤 데자뷰.
지난 21일 오후 2시50분 경기도 수원의 다세대주택.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장에선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유서가 발견됐다. A씨는 암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었다. A씨 두 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에서 '건강보험료 연체' 단독 변수 보유자로 분류돼 위기가구 대상에서 누락됐다. 정부는 단전ㆍ단수ㆍ단가스ㆍ건보료 체납ㆍ금융 연체ㆍ국민연금 체납 등 34종의 각종 정보를 토대로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건보료 연체만 확인돼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았던 것. 수원시 역시 이들의 거주 사실조차 몰랐다.
사후약방문.
사건 발생 후 정부와 지자체가 일제히 호들갑이다. 지난 26일 한덕수 총리, 김건희 여사가 잇달아 빈소를 찾았다. 이기일 복지부 차관과 수원시는 '공영장례'로 이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모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며 국민 앞에 약속했다.
경기도는 도지사 직속으로 위기가구 '핫라인'을 개설했다. 지난 25일 개설 후 하루 평균 70여건의 안타까운 사연들이 쇄도하고 있다. 도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도 확대키로 했다. 이 제도는 2018년 증평 모녀 및 구미 부자 사망사건을 계기로 위기가구 발굴을 위해 도입된 제도다. 현재 도내 3만8078명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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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지금까지 나온 정책과 말들이 구두선이 되지 않길 바란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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