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로 읽는 K정치] 청년정치의 딜레마
韓국회는 '청년정치 불모지'인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48인 찬성 197인 반대 16인 기권35인으로 가결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소년급제(少年及第)가 문제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 겁니다”
한 민주당 국회의원.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최근 이준석 당 대표의 행보를 놓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젊은 나이인 20·30대에 당권을 거머줘, 정치를 서툴게 한다는 얘깁니다. ‘이른 성공은 위험하다’는 비판도 깔려있습니다.
청년정치인에 대해선 비슷한 말들이 많습니다. “교수(국회의원) 중에 대학총장(당 대표·비대위원장)에 나올 사람이 없으니, 학생(청년정치인)이 얼떨결에 된 것”이라고 한다거나, “50살이 되기전엔 (정치인은) 고개도 쳐들면 안된다”는 과격한 얘기도 사석에선 나옵니다. ‘엄카 정치인(엄마 카드로 정치하는 정치인)’, ‘여의도 2시 청년(생업 없이 낮 시간대 정치권 행사에 참석하는 청년정치인)’ 같은 은유들도 청년정치인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두 청년정치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양적으로 청년정치인이 드문 건 사실입니다.
국제의원연맹(IPU) 통계(2020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21대 국회의원 평균 나이는 54.9세입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G20 가운데(하원 기준)서는 미국이 58.4세, 일본이 55.5세입니다. 한국은 세 번째로 ‘늙은 국회’입니다. 반면 2019년 12월 선출된 영국 하원의원의 경우 전체 650명 중 20대 의원만 20명이라고 합니다. 20~40대 의원은 절반이 넘는다고 합니다.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서 이미 30대 임원, 40대 사장이 흔합니다. 대기업에서도 30대 임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정치권에서만큼은 ‘나이 서열’, ‘선수(選數) 서열’이 공고합니다. 40대는 물론 20~30대 정치인은 찾기조차 드뭅니다.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많은 청년정치인들은 육성 시스템이 부재한 탓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력정치인의 ‘발탁’ 아니면 정치권에 진입하는 활로 자체가 사실상 막혀있다는 겁니다. 임명된 청년정치인은 구조적으로 임명권자이자 선진입자, 기득권자인 힘센 정치인에게 ‘말 잘듣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천관리위원을 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선출직을 심사하는 기준이 그 사람이 ‘살아온 이력’이라 경력이 일천한 청년정치인은 평가 내용 자체가 없다고 했습니다. 청년정치는 늘 군불만 때다가 식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각당의 청년위원회나 대학생위원회는정책의제를 발굴하는 곳이 아니라 동원가능한 인원 수 정도로 인식되고, ‘당사자성’을 갖고 청년이슈에 뛰어들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청년정치인이 드물어집니다.
청년정치의 토양 자체가 빈약하다보니, 이준석 당대표나 박지현 전 위원장처럼 때론 폭주기관차 처럼 보이는 돌출적 행보를 해야, 겨우 영향력을 키우고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선수’를 중요시하는 여의도 국회의 문화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려면 적어도 3선 이상 상임 위원장이나 4선의 중진의원이 돼야한다는 통념이 공고합니다. 적어도 재선 이상 상임위 간사나 핵심당직자 정도가 자신의 소신을 말해야 정치권 핵심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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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정치 대표성 확대를 위한 각 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이유입니다. 정당의 청년 정치인 발굴 시스템 구축, 피선거 연령 인하, 청년 할당제 도입, 청년 후보의 선거 기탁금 축소 등을 통해 청년 정치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좀 더 심도있게 논의되어야 ‘한국은 청년정치의 불모지’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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