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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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학자금 대출 탕감 방안을 발표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수혜 대상만 4300만명 규모, 금액으로는 약 400조원에 달하는 전례 없는 조치다. 학자금 상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청년층, 중산층의 안정적 생활을 돕고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취지지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대출 탕감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백악관은 공개적으로 의원 저격에 나서기도 했다.


학자금 대출 문제는 미국 내에서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사회적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몇해 전 루이지아나 주립대를 졸업한 미셸 씨는 "미국에서 대학 학자금 빚이 있는 20~30대를 찾는 것은 매우 쉽다"며 "내 경우 상환까지 10년 이상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대학 학자금 대출 잔액은 약 1조7500억달러(약 2330조원) 규모다. 1인당 평균 약 3만7000달러(약 5000만원)에 달한다. 사회생활 시작과 함께 이미 몇천만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매해 치솟는 학비로 1인당 학자금 대출 규모는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6월 말을 기준으로 한 학자금 대출 잔액은 5년 전 대비 18% 증가했다. 컬리지 보드는 지난 30년간 미국 내 대학 평균 등록금이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기준으로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공립학교는 4160달러에서 1만740달러, 사립학교는 1만9360달러에서 3만8070달러로 뛰어 올랐다. 비싼 학비를 충당하지 못한 학생들이 10%가 넘는 고리 민간대출에 손대는가 하면, 이자 부담이 커지자 아예 상환을 포기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현재 차입자의 16%는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1인당 최대 2만달러(약 2700만원)씩 학자금 대출을 탕감해주는 방안을 의회 입법이 아닌, 대통령의 권한인 행정 명령을 통해 강행하자, 미국 사회는 말 그대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위스콘신주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에서 직장을 구해 수만달러의 학자금 빚을 상환 중인 스카일러 씨는 "고마운 정책"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어마어마한 학자금을 전액 상환하기까지 기간이 아득하게만 느껴졌었다"면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집을 사고 가정을 꾸리고 저축을 할 지 미래가 보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론도 거세다. 앞서 연초 유고브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 가까이인 49%는 공립 대학의 학자금 대출 상환을 탕감해주는 방안에 지지했지만, 35%는 반대했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벤 새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부채 탕감 계획은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화이트칼라 대학원생을 위한 돈을 지원하도록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마이클 켈리 공화당 하원의원 역시 "배관공과 목수에게 월스트리트 고문과 변호사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할 것인가. 불공정할 뿐 아니라 나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학자금 문제는 미 선거때마다 빠지지 않고 공약으로 언급됐을 정도로 선심성 정책을 펼치기 쉬운 분야에 속한다. 결국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통화 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한쪽으로 막대한 돈 뿌리기에 나서며 도리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욕다이어리]美 학자금 빚 탕감에 '시끌'…백악관, 의원 저격까지 원본보기 아이콘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자 결국 백악관이 SNS에서 이례적 대응에 나선 것도 눈길을 끈다. 공식 트위터 계정에 마저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등 학자금 대출 탕감을 비판한 복수의 공화당 의원의 발언을 하나 하나 리트윗하면서 이들이 PPP(급여보호프로그램) 제도로 얼마나 대출 탕감을 받았는지 적시한 것이다. 이는 이번 탕감 방안이 형평성 도마에 오르며 정치적 쟁점화하고 있는 것을 경계한 대응으로 읽힌다.


백악관에 따르면 "정부가 빚을 탕감해줄게라고 하는 것은 전적으로 불공정하다"라고 바이든 행정부를 비판한 그린 의원은 PPP 대출 18만3504달러(약 2억4000만원)를 탕감받았다. "배관공에게 월스트리트 고문의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하는 나쁜 정책"이라고 주장한 켈리 의원 역시 PPP대출 98만7237달러(약 13억2600만원)를 탕감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PPP는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소기업, 자영업자를 위해 도입된 대출 상환 면제 프로그램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한 백악관의 이례적인 저격 대응을 보도하면서 "이례적으로 열성적이고 개인적인 방식으로 반격했다"고 전했다. 이들 트윗은 각각 20만~30만명으로부터 '좋아요'를 받았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가장 많은 참여를 이끌어낸 트윗 중 하나가 된 셈이다.


빚 탕감은 사회적,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복잡한 문제다. 맨해튼에 거주 중인 찰리 씨는 "중간선거까지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면서도 "혜택을 받는 이, 받지 못하는 이로 나눠서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진짜 문제는 왜 이들이 수만달러의 학자금 빚을 지게 됐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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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실시된 NPR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1인당 1만달러의 학자금 대출 탕감을 지지했다. 그리고 이보다 훨씬 많은 80% 이상의 미국인은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꼽았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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