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덮치는 환율의 두 얼굴…문제는 '불확실성'
중소기업에게 환율은 '야누스(Janus)의 얼굴'
중소기업에게 환율은 야누스(Janus)의 얼굴이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의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중소기업에 호재일 수 있지만 원자재를 수입해야하는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원화가 강세라면 환차손을 감수해야 하지만 원재료 구매 비용 감소는 기대할 수 있다. 두 얼굴을 가진 야누스처럼 환율의 변동은 기업에 양면적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환율의 급변으로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가장 큰 리스크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 상황을 두고 중소기업계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다.
경북에 위치한 자동차부품 기업 A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힘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환율 급등까지 이어져 경영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연 매출 300억원의 70%를 현대기아차 납품을 통해 올리고 있는 이 회사는 알루미늄, 동과 같은 원자재를 중국, 미국, 유럽 등에서 수입한다. 최근 고환율로 인해 이 같은 원자재 수입에 드는 비용은 확 늘었지만 납품 단가에는 제때 반영이 바로 안되고 있어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 재고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거에는 한 달에 알루미늄 10t을 사올 수 있었다면 환율이 오른 지금은 공급처에서 대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비철 금속은 수요처가 적다보니 대량 계약을 원하는 경우가 많고 중소기업은 재고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내연차에서 친환경 전기차로 바뀌고 있는 시장에서 미래에 대한 투자를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도 유연탄 가격 상승에 환율 상승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유연탄 가격은 환율에도 영향을 받아 하반기 수익성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부터 1년 만에 약 20% 오르면서 원자재 구매 비용 부담도 그 만큼 늘었다"며 "올해는 수출 물량도 미미해 환율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수출 기업도 시장에 따라 달러 강세로 인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 아마존을 통해 골프 용품을 판매하는 R사는 최근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을 해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환율의 덕을 보는 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사정을 들여다보면 환차익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C사는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데 달러로 결제를 받아 원화로 환산한 매출이 크게 늘었다. 해외서 소프트웨어(SW)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 B사도 100% 해외 매출 기반인데다 70~80%가 북미에서 발생하고 있어 올해 지속적인 환율 상승의 폭 만큼 원화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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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환차익을 보는 기업들도 제조업의 경우 고환율로 인해 원자재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익을 상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기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원화 가치뿐만 아니라 유로화와 위안화, 엔화까지 모두 떨어져 미국 시장 외 수출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원화 약세 장기화는 수입물가 부담 가중으로 경제 불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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