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투입되는데 '고위직 특혜' 논란까지
불공정 예약 차단… '커트라인 제도' 도입
매년 수억원대 적자까지… "요금 인상해야"

[아시아경제 장희준 기자] '경찰 골프장'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이 계속되면서 경찰청이 운영 제도를 일부 보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종의 '예약 커트라인'을 도입한 것인데, 장기적으로는 이용료 인상과 같은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현재 경찰청은 '체력단련장' 명목으로 경기 용인시(28만6214㎡)와 충남 아산시(40만㎡) 등 2곳의 골프장을 운영중이다. 두 골프장은 각각 9홀 규모지만 클럽하우스, 그늘집 시설까지 갖췄다. 이용료는 현직자(정회원) 기준 2만원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그린피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내에 위치한 체력단련장의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 내에 위치한 체력단련장의 전경.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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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그린피에 과열되는 경쟁

이처럼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경찰 골프장은 꾸준히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졌다. 최근에는 아산 골프장에서 100건이 넘는 '고위직 예약 특혜'가 드러나며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이뤄지기도 했다. 현직 경찰들은 이같은 예약 특혜는 물론 일상적인 '꼼수 부킹'의 문제도 많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골프장은 저렴한 이용료 때문에 현직 경찰 사이에서도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다. 주말의 경우 33~37개 정도의 시간대를 추첨하는 데 수백팀이 몰리기도 한다. 여기에 매년 발생하는 수억원의 운영 적자는 고스란히 세금으로 보전되고 있다.


예약은 경찰청 훈령에 따라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회원마다 25점이 배정되고, 골프장을 이용할 때마다 1점씩 차감된다. 예약 때 본인과 동반자를 합친 4명의 점수가 높을수록 추첨 확률이 높아진다. 이용 경험이 적을수록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배분하는 구조다.

"대신 예약해줘" 先추첨 後바꿔치기

'점수제' 시스템은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지만, 꼼수가 가능하다. 평소 골프를 치지 않아 점수가 높게 남은 회원의 명의로 당첨된 뒤 이용자를 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급 사회인 경찰 조직에서 상사가 후배에게 '대리 예약'을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 일선 경찰들의 전언이다.


물론 예약을 거래하거나 타인의 명의로 예약을 시도하면 '이용 정지 12개월' 처분이 내려지는 규정은 있다. 다만 당사자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대리 예약을 적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경기남부경찰청에 근무 중인 한 경찰관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은 팀장이나 과장의 요구로 대신 예약을 해주기도 한다"며 "명색이 경찰인데 억지로 편법을 쓸 때마다 불편하고 찜찜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무래도 골프를 즐기는 건 간부급이 많은데 과연 보편적인 복지인지 소수를 위한 시설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수원 지역 경찰서에 근무하는 또 다른 경찰관은 "군(軍) 골프장처럼 수를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비용을 합리적인 선에서 올리면 수요가 조절되지 않겠느냐"며 "이용자마다 연 최대 이용 횟수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장 예약에 '커트라인'까지 등장
왼쪽은 경기 용인시, 오른쪽은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경찰체력단련장의 코스 안내도. 사진출처=경찰체력단련장

왼쪽은 경기 용인시, 오른쪽은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경찰체력단련장의 코스 안내도. 사진출처=경찰체력단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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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추첨에서 꼼수가 반복되자 경찰도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예약 커트라인'을 만든 것이다. 7월말 부터 정식 도입됐다. 이제 취소 티를 받고자 하거나 이미 추첨이 된 상태에서 이용자를 변경하려면 새로운 이용자의 점수를 합쳐도 당첨일 기준 최소 커트라인을 넘겨야 한다.


예컨대 특정 당첨일의 커트라인 점수가 4명을 합쳐 75점이었다면, 변경하려는 이용자의 점수로 다시 계산해도 75점을 넘겨야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 골프장을 이용한 이들의 '후(後) 진입'을 막겠다는 취지다. 만점자로 추첨 확률을 높인 뒤 이용자를 바꾸는 편법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취소티 배분이나 정당하게 이용자 교체가 필요한 경우를 위해 간극을 남겨뒀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위법이 아니라 (제재가 어려운) 편법으로 불공정한 예약이 이뤄지다 보니 모든 문제를 적발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며 "추첨 이후 이용자를 바꾸는 꼼수를 막고자 커트라인을 도입했고, 향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맞는 제도 개선으로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꼼수에 적자까지…해결책은 이용료 인상"

경찰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불공정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저렴한 그린피'에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복지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과도한 예약 경쟁을 부추기는 데다 편법이 난무하는 이면에서 발생한 적자가 세금으로 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도 경찰청 세입·세출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 골프장의 적자 규모는 해마다 수억원대에 이른다. 코로나19 국내 유입 이전까지 2017년 5억6600만원, 2018년 7억6000만원, 2019년 7억40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예산안에 편성된 골프장 운영비는 31억9300만원, 적지 않은 규모다. 올해 경찰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이용되는 불법 중계기를 탐지하기 위한 장비를 도입하는 데 배정한 예산이 10억원, 마약류 범죄 수사 활동 지원비로 책정한 게 21억원이다.


당시 예산안 검토 보고서에도 이용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담겼다. 체력단련장을 이용하는 일부에게 혜택이 집중된 탓에 보편적인 경찰 복지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용료를 올려 골프장의 적자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아직 이용료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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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관계자는 "2017년부터 일반인 입장을 허용한 뒤 일부 비용을 인상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현직자의 이용을 통제해온 탓에 효과를 검증하지 못했다"며 "다시 정상 운영에 돌입한 만큼 이용료 변화에 따른 실효를 살펴보고 장기적으로 요금 인상이 필요할지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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