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기술 유출 적발만 99건
中 기업들 기술·인력 빼가려 M&A…"연봉 3~4배 불러"
"산업기술보호법, 법정형 상향 조정 등 '엄벌' 기조 필요"

천안 산업단지공단.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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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산업 경쟁력의 보루는 기술과 인재다. 30년간 이어져 오던 한국의 대(對) 중국 무역 흑자 시대의 종언은, 또다시 이 명제를 우리 산업계에 묻고 있다. 국내 산업이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의 중간재를 만들고 이를 완제품으로 생산하던 중국과의 분업구조는 해체 수순을 밟는 중이다. 중국은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과 제조 능력을 무기로 주요 산업의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싹쓸이'하고 있고 산업 기술·인재를 두고도 한국과 물밑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간 기술 유출 시도만 99건…3분의 2는 中=2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국외 유출 사건은 모두 99건이다. 유출될 뻔했던 기술 99건은 디스플레이 19건, 반도체 17건, 전기전자 17건, 자동차 9건, 조선·정보통신·기계 각 8건 등이다. 국정원은 해당 기술들이 유출됐다면 연구개발(R&D)비와 매출액 등을 더해 22조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기술 중 3분의2는 중국으로 향한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5~6년새 글로벌 1위 자리를 뺏긴 디스플레이 업계의 기술유출은 노골적인 수준이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2003년 액정표시장치(LCD) 업체인 하이디스(옛 현대전자의 LCD 사업부)를 인수합병(M&A)한 후 기술 및 인력 빼가기 등으로 기술력을 빠르게 업그레이드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기업의 기술 및 인력 유출 시도가 전문화·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관련 입법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장기적인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 반도체특별법에도 디스플레이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물량 공세에 기술·인력 빼가려 M&A…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보호해야=한국정보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은 2003년~2007년까지 한국 기업 24건을 M&A했고, 2008~2012년 사이에는 39건, 2013~2017년엔 무려 100건에 달하는 회사를 사들였다.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그룹은 2016년 독일 최대 산업용 로봇기업 쿠카를 45억 유로(약 6조 503억원)에 품었다. 쿠카의 제품은 미국 F-35 스텔 스 전투기의 동체 제작에도 사용되고 있다.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정부에서 중국 기업의 무차별 M&A를 경계하기 위해 국제투자규제 협정을 추진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M&A는 국가 경쟁력을 넘어서 국가간 패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부산항 신선대와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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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분야의 기술 유출 시도도 심각했다. 최근 7나노급 선단공정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힌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SMIC는 5년전 삼성전자 부사장 출신을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올해는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가 개발한 반도체 세정장비 기술을 빼내 중국 업체 등에 팔아 수백억 원을 받아 챙긴 세메스 전 연구원과 협력업체 대표가 최근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배터리 업계는 핵심 인력 유출을 우려한다. 중국 정부는 2016년부터 수년 동안 자국에서 판매중인 전기차 중 한국산 배터리가 들어간 차량에는 보조금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자국 배터리 기업을 육성했다. 이 과정에서 10~20년 전부터 배터리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던 국내 핵심 연구 인력에 눈독을 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업체가 한국 인력을 빼가기 위해 3배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사례가 업계에 회자되기도 했다"며 "최근에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한국지사를 통해 엔지니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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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중국으로부터 기술·인력 유출 시도가 심각한 수준이지만 관련 입법은 '솜방망이' 수준이다. 조용순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지식재산 범죄의 경우 낮은 기소율과 높은 무죄율 등으로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계속된다면, '기술유출을 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더 많은 기술유출 범죄를 낳게 될 소지가 있다"며 "법정형 상향조정이 이미 이뤄진 만큼 양형기준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관심 유도와 피해규모 입증과 산정을 위한 법, 제도적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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