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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대통령의 요란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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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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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사에서 대통령의 휴가는 사적인 영역이 아니다. 대통령이 휴가를 언제, 어디로 가는지, 누구를 만나고 어떤 책을 읽는지도 모두의 관심사다. 취임 후 불과 80여일만에 맞는 대통령의 첫 휴가라면 더욱 그렇다.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지지율 방어선까지 깨진 상황에서 대통령이 고민하는 국정운영 방향은 대한민국의 미래나 다름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망중한을 즐기지 못했다. 지지율은 취임 석 달도 안 돼 역대 최저치인 24%까지 주저 앉았다. 지난 닷새간 철저히 모습을 감췄음에도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을 통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던 때보다 더 한 관심을 받은 셈이다.

최근에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의 "타이밍이 나빴다"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휴가 직전에 터진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의 문자 파동을 떨쳐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에도 참모들의 제구가 흔들렸다. 이미 '엽관제(獵官制)' 발언으로 한 차례 구설에 올랐던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국민제안 1~3위 발표를 앞두고 결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대국민 공모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해외 IP 등을 이용한 어뷰징(abusing) 발생이 다수 확인됐다는 게 직접적인 이유지만 지난달 브리핑에서 "여론을 좀 왜곡한다든지 매크로 방지를 통해서 100% 실명제로 운영된다"고 자신감을 표했던 점을 감안하면 제대로 매조 짓지 못한 마무리는 아쉬운 대목이다.


'초등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를 깜짝 발표한 사람도 윤 대통령이 '자질 논란'을 무릅쓰고 뽑은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대선 공약에도, 국정과제에도 없던 갑작스러운 학제 개편안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안상훈 사회수석은 물론 대변인실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대통령실과 정부가 시민 생활에 밀접한 정책을 준비 없이 내놨다가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윤 대통령이 출근 후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 정책'에 대한 입장을 직접 내놔야 이 사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잠잠했던 김건희 여사의 인연과 관련된 잡음도 휴가 기간에 또 터졌다. 무속인으로 알려진 모 법사의 이권 개입 소문, 관저 공사 업체 선정 과정 의혹으로 정권 초기부터 사적 인연에 대한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고 있는 점은 이제 대통령실이 아닌 윤 대통령이 '심각한 문제'로 판단해야 할 몫이다.


과거 정권들이 대통령의 친서민 이미지를 쌓기 위해 사용한 '휴가지 사진 공개'까지 문제가 된 점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윤 대통령의 첫 휴가에서 유일하게 일정이 공개된 종로구 대학로에서의 연극 관람은 하루 종일 정치권을 달궜다. 동맹국인 미 의회의 1인자, 워싱턴 권력에서는 사실상 2인자인 낸시 펠로시 미 연방 하원의장을 만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선택을 두고서다. 여당이 윤 대통령의 결정을 지적하고 야당이 이를 옹호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한 야권 인사는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말도 건넸다.


요란한 휴가는 윤 대통령의 휴가 마지막 날 발표된 지지율 24%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닷새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지지율을 또다시 깎아먹었다.


자택에서 향후 정국을 구상하며 참모진들과 묘수를 찾아냈기를 기대한다. 윤 대통령은 "선거 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금의 지지율로는 공무원들도 말을 안 듣는다는 여권 중진 의원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대통령이 국정 철학을 참모진에게, 공무원들을 거쳐 국민에게 전달하려면 '우리가 당신을 이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객관적인 데이터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 배경환 정치부 차장 khbae@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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