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취학연령 하향 관련 학부모 단체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발언을 듣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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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만5세부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제개편안을 꺼낸 지 4일 만에 '폐기'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2일 오후에 열린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단체 대표들이 정책 철회 가능성을 여러차례 질문하자 박 부총리가 "국민들이 정말 이 정책이 아니라고 하면 폐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교육부의 업무보고 이후 학생과 학부모 2만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겠다던 박 부총리는 대통령실에서 '여론을 들어보라'는 메시지가 나온 이후 다급히 학부모단체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었다. 한 학부모 단체 대표는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 이후에 사퇴 운동까지 진행하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둘째 출산을 앞둔 학부모로서 아이들의 소중한 시기를 빼앗는 정책이 시행되는 시기에 아이를 낳으려 했는지 자괴감이 든다"며 울먹였다. 박 부총리는 울먹이는 학부모 대표의 손을 잡고 위로하면서 "이런 화두를 던지지 않았더라면 학부모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논의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정책 대상자들과 사전 논의 없이 성급하게 발표한 것을 정당화하려는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박 부총리는 학제개편 이유로 "유치원을 못 가거나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까지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 행간에는 입직 연령을 낮춘다는 산업 논리, "아이들의 성숙도가 빨라졌다"는 박 부총리의 인식 등도 깔려있다. 그런 의도라면 학제개편보다는 유아교육 정책으로 푸는 것이 맞다.

업무보고 때 취학 연령 하향을 2년까지도 고려했다는 발언, 12개월로 나눠 입학시키는 방안도 대안으로 꺼내든 것을 보면 박 부총리의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학제개편과 관련해 냈던 보고서에서 "'요즘 아이들이 똑똑해졌다'는 식의 대중적인 접근, 즉 유아의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또 "학제개편으로 인해 특정 연령대에 교육·경제적 피해와 손실을 무시할 수 없고, 개편으로 인한 편익이 이를 대체할 수 없다면 학제개편 방안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했다. 장관이 이런 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읽어봤더라면 성급한 정책들을 내놓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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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자해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혼란만 유발하는 정책을 강행했다가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철학 없는 정부와 사려깊지 못한 장관이 만든 큰 자충수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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