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노트북 해킹해 시험지 빼돌린 고교생, 교무실엔 CCTV도 없었다… 진화한 수법에 무방비한 학교
광주 대동고 재학생 2명, 교사 노트북서 시험지 빼돌렸다 적발
20분 만에 노트북 해킹 끝나… 진화한 수법에 교육 현장 무방비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기말고사 답안지 유출 사건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재학생이 직접 교사 컴퓨터를 해킹할 때까지 학교 측이 무방비 상태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 현장이 기술 변화에 맞춰 보안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6일 기말고사 답안지를 빼돌려 부정 시험을 치른 의혹을 받는 대동고 재학생 A군(17)과 동급생 B군(17)을 업무방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튿날 추가 조사를 통해 이들이 중간고사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답안지를 유출했음이 밝혀졌다. 두 학생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며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내신 성적을 조작하기 위한 부정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해왔지만 이번 사례와 같이 교사의 컴퓨터에 직접 접근해 답안지 정보를 획득한 경우는 이례적이다. 광주 대동고는 지난 2018년에도 시험지가 유출돼 논란을 빚었으나, 이는 당시 학교 행정직원이 학교운영위원장인 재학생 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인쇄 단계에서 시험지를 유출한 사례였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A군과 B군의 범행에 일선 교사가 연루되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학교 측의 허술한 경비·보안이 진화 된 범죄 수법을 막아내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두 학생은 지난달 말 교사들이 모두 퇴근한 심야 시간에 학교를 방문해 잠금 장치가 해제된 창문으로 교무실에 침입했다. 당시 학교에는 경비원이 상주해 있었으나 이들의 침입을 눈치채지 못했다. 2층 교무실에는 수동식 경보 시스템이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고, 4층 교무실에는 보안 장치가 설치돼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미리 교무실 배치도를 파악한 뒤 시험 출제 교사들의 업무용 노트북에 B군이 제작한 악성 코드를 설치했다. 해당 악성 코드는 B군이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악성 코드를 직접 수정한 것으로 일정 시간마다 노트북 화면을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는 프로그램이 담겨있었다. 노트북에는 보안 비밀번호 입력 절차가 있었지만 이들은 비밀번호 오류 코드 해석 등으로 이를 어렵지 않게 무력화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노트북에 악성 코드를 심는 데는 1대 당 약 20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A군과 B군은 며칠 뒤 교무실에 다시 침입해 문항 정보표 등이 담긴 이미지 파일을 회수한 뒤 교사 노트북에서 프로그램을 삭제했다. 기말고사 답안이 유출된 과목은 총 9과목으로, 경찰은 "2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과목 중 영어를 제외한 각기 7개 과목 답안을 빼내 부정 응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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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는 폐쇄 회로TV도 설치돼 있지 않아 학교 측은 경찰 수사 전까지 침입 사실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학생의 교무실 침입 및 시험지 유출에 대응한 유효한 보안 수단이 사실상 전무했다. 대동고 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는 만큼 학교의 교육 및 출제 환경과 관련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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