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 손배소는 파업 책임 노동자에만 전가하는 것
민영화 문제, 비판 뚫고 정부와 산업은행이 결단해야
파업은 끝났고 이제 일을 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남긴 과제를 풀려면 여러 집단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하청구조 개선, 경영 정상화 그리고 노사갈등을 바라보는 정부 시각의 균형성 고찰 등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이번 파업 과정에서 나온 발언 두 개를 되새겨보자. "국민이나 정부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19일 언급 그리고 "혈세를 1원도 추가 지원할 수 없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21일 발언이다.
우리는 이번 파업에서 하청업체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과 보잘것없는 그들의 협상력을 확인했다. 5년간 삭감된 임금 30%를 회복시켜달라는 요구는 결국 4.5%로 쪼그라들었다. 노조가 한 발 물러선 데는 윤 대통령의 공권력 투입 시사 발언이 결정타가 됐을 것이다.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와 빚은 갈등은 이 사회 누구도 하청업체 노동자의 생존 따위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최저임금 수준으로 연명하는 그들에게 ‘원래 주던 만큼 달라’는 희망은 사치에 불과했다.
파업 손실액 8000억원을 배상하라고 노조에 따져 물을 것인가라는 불씨도 여전하다. 이는 파업이 발생한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일이다. 조선업계 노동시장 구조 문제 그리고 20년간 공적자금을 투입받고도 정상화는커녕 방만과 비위로 대표되는 사측의 무능, 대주주 산업은행의 방관적 태도도 파업의 원인이기에 노조에만 책임을 묻는 건 불공평한 처사다.
파업 중에는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이후에는 손배 책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노조에 심각하게 불리한 운동장이다. 파업 노동자에게 손배 청구를 금지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노사 어느 한쪽으로 힘의 균형이 지나치게 쏠리지 않는 묘수를 찾아내는 일은 정치권에 부여된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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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동정 섞인 시각과 따뜻한 가슴으로 노조를 무조건 옹호하는 것도 본질적 해법과 거리가 멀다. 이것은 대우조선 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강 회장이 언급한 특단의 대책이란 회생절차를 통한 파산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덩치와 부실 상태를 고려할 때 선뜻 매수에 나설 국내외 기업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방산 부문이 외국 기업에 넘어가는 것도 용인하기 어렵다. 결국 분리 매각밖에 방법이 없다. 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도 이 방법 외에는 뾰족한 길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윤 대통령도 대우조선이 능력 있는 주인을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통령의 ‘경제교사’ 강 회장에게 부여된 임무는 분명하다. 파업 종료를 계기로 정치논리를 배제한 민영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기다릴 만큼 기다린 사람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만성 적자와 분식회계 그리고 횡령을 지켜봐 온 국민이다. 손배소 문제도, 매각을 포함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도, 모두 윤 대통령의 결단과 강 회장의 실행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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