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무력감, 자책, 부끄러움과 참담함에 동료 후배들 앞에 설 수가 없다." 이달 초 김창룡 전 경찰청장이 이런 내용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경찰로 살아온 38년 동안 그려온 퇴임식의 꿈을 가슴에 묻겠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그리고 이에 대한 내부 반발. 치안감 인사 번복 사태와 대통령의 질책. 일련의 상황이 그의 퇴임식 꿈을 어그러트렸다.
김 전 청장, 개인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경찰 상황이 그랬다. ‘경찰 통제’란 대의명분을 앞세운 행정안전부 장관의 공세에 여럿 무력감을 느꼈다고 했다. 경찰국 신설은 현실화됐다. 다음 달 2일 행안부 내에 생긴다. 대부분 경찰이 느끼는 참담함은 여전하다. 체념한 경찰도 보인다. 이런 조직 분위기를 추스려야 하는 건 이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몫이다. 밖으로는 금이 간 정부와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 정부는 이 임무를 수행할 적임자로 윤 후보자를 택했다.
윤 후보자도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는듯 하다. 친정부 행보다. 일선경찰들이 단식에 삭발에 집단반발을 한 경찰제도개선안에 대해 그는 "경찰행정의 독자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에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자, 그는 이튿날 바로 헬기를 타고 경남 거제로 향했다. 내부에선 ‘행안부의 대변인’, ‘정부의 행동대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망에 서한문을 올리고, 경찰 노조격인 전국경찰직장협의회를 만나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취임도, 청문회도 아직인데 ‘흔들리는 윤희근 리더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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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개혁과 경찰수호,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할 때다. 한 마리 토끼만 잡아도 됐던 이전과 다르다. 그만큼 어렵고 그 무게가 무겁다. 윤 후보자 역시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헨리 4세’에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고 했다. ‘적임자’ 윤희근의 숙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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