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장애인 US오픈 초대 챔프 등극"…‘내가 골퍼 우영우’
제1회 US어댑티브오픈서 연장 우승, 자폐성 발달장애 코리안투어 정회원 '인간 승리', 프로 대회 본선 진출 기염 "최종 꿈은 마스터스 출전"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ENA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자폐성 장애인이 변호사가 돼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감동적인 스토리다. 첫 방송 이후 7회 만에 시청률이 11.7%까지 치솟았다. 골프계에도 우영우가 등장했다. 자폐성 발달장애를 지니고도 프로 골프 선수로 활약하는 이승민(25)이 주인공이다. 21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파인허스트 리조트 6번 코스(파72)에서 끝난 제1회 US어댑티브오픈(장애인 US오픈)에서 초대 챔프에 등극했다.
최종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3개를 묶어 펠릭 노르만(스웨덴·발달장애)과 동타(3언더파 213타)을 이룬 뒤 연장 승부 끝에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17~18번홀 2개홀 합산 방식으로 치러진 연장전에서 이승민은 버디-파를 적어내 파-보기를 한 노르만을 2타 차로 제쳤다. 이승민이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안양 신성고 재학 때 전국체전 단체전 이후 두 번째다. 개인전 우승은 처음이다.
"너무 기쁘다"는 이승민은 "꿈을 꾸는 것 같다"면서 "라운드 중에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여섯 번이나 되뇌었다"고 환호했다. 또 "좋은 선수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더운 날씨에 축하 물 세례를 받으니 시원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한국에 돌아가서 코리안투어에서 계속 활동할 것"이라면서 "마스터스에 나가서 파이널 라운드까지 경기하고 싶다"고 꿈을 전했다.
이승민은 두 살 무렵 선천적 자폐성 발달 장애 진단을 받았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골프를 시작했다. 처음엔 낯선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대화하는 걸 두려워했다. 미국 특수학교에서 아이스하키를 시작했지만 비장애인과의 단체활동에서 부상이 잦았고, 결국 중학교 1학년부터 본격적으로 골프를 했다. 공이 날아가는 것을 좋아해 프로 골퍼가 되는 꿈을 위해 노력했다.
이승민은 신성고 2학년이던 2014년에 세미 프로골퍼 자격을 얻었다. 2017년에는 다섯 번의 도전 끝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사상 처음으로 발달장애 선수가 1부투어 선발전을 통과해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이승민은 골프를 하면서 사회성도 좋아지면서 발달장애 2급에서 좀 더 완화된 3급이 됐다. 언어 구사 능력도 몰라보게 좋아졌다.
2018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본선에 진출해 처음으로 상금을 받았다. 올해는 지난 5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매치플레이 64강전에 출전했고, SK텔레콤오픈도 공동 44위로 마쳤다. 이승민의 어머니 박지애(56)씨는 "프로 대회에 여러 차례 초청해줘서 큰 무대에서 날씨, 어려운 코스, 상황들을 경험하며 많이 성장했다"며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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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자폐성 장애인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박씨는 "미국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실제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분이 승민이를 보면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잘 적응할 수 있구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승민은 23일 귀국해 KPGA 스릭슨(2부)투어 예선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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