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불신이 키운 시장조성자 제도…체면구긴 금감원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자 9곳에 대해 시세조정 혐의로 부과한 480억원대 과징금이 결국 취소됐다.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들 시장조성자의 반복적인 호가 취소 행위가 시세조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면서다. 코로나19 대폭락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에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계속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웠고, 금감원이 조사에 나섰지만 무리한 과징금 부과로 투자자들의 거래 부담을 늘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9월1일 시장조성자 9개 증권사가 자본시장법 187조2항을 위반했다며 487억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조항은 ‘호가를 제출한 후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거나 줄 우려가 있는 행위’다. 시장조성자는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양방향 호가를 제출해 주식시장의 거래 촉진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0원에 체결된 A라는 종목의 현재 호가가 150원일 경우 110원의 호가를 제출해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150원에 사야할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는 만큼 거래 비용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조성자가 양방향 호가 중 하나가 거래 체결돼 해당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취소가 필연적이라는 것이 증권사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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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이들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제출한 뒤 취소율이 높은 종목에 일괄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선위는 9개 시장조성자의 정정취소율(95.68~99.55%)이 뉴욕증권거래소의 일평균 정정취소율 94.6%과 비교해 높지 않은데다 증권사가 취소하지 않을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증권사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조성자가 차익을 본 종목도 있지만 이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시장조성자들은 지난 9월부터 10개월째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시장거래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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