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딸깍발이] 여자 이름 허리케인, 피해 더 큰 이유는…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당신의 앞에 장기기증에 관한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첫 번째 양식에는 “장기 기증을 하겠습니까?”라고 적혔다. 두 번째 양식에는 “장기 기증을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적혔다. 무엇을 선택하겠나.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후자가 심리적 부담이 더 적기 때문이다. 책 ‘작고 똑똑한 심리책’의 저자 야나 니키틴과 마리 헤네케는 “적극적으로 선택해야 할 때보다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아도 될 때 사람들의 기증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들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100가지 심리 상황을 열여덞 명의 심리학자의 의견을 빌려 소개한다.

우선 모두가 쉽게 예견할 수 있는 일화. “말이 씨가 된다”는 격언은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하다. 그런데 사실일까. 기분 탓은 아닐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체화된 인지’라고 명명하는데, 실험결과 실제로 말이 신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테면 한 그룹은 과거 거절당했거나 소외감을 느낀 경험을 떠올리게 하고, 다른 그룹에는 소속감을 느낀 경험을 떠올리게 했을 때 후자가 “방 안의 실내 온도를 훨씬 따뜻하게 인식”한 것이다. 저자들은 “‘얼음장 같은 시선’과 같은 은유가 단순 언어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이 실제로 주변에서 느끼는 현상을 설명한다”고 전했다.


당신에게 돈이 주어졌다. 물건을 살 수도 있고, 경험을 살 수도 있다. 선택은? 저자들은 경험을 택하는 편이 더 행복하다고 충고한다. 물건은 남고, 여행 등의 경험은 끝이 나는데 어떤 이유에서일까. 실험을 해봤더니 여행 등의 경험에 돈을 쓴 사람(57%)이 보석, 의류 등을 구매(34%)한 사람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저자들은 “경험이란 나 자신의 일부이므로 정체성에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 다른 사람들이 그 경험에 직접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더라도 내가 그 추억을 전하는 과정에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반면 물질적인 소유는 우리를 타인과 이어주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다만 여기서 중의할 점. 저소득층에서는 이런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이를 통해 저자들은 “우선적으로 기본적인 물질적 필요가 충족돼야 성립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맥락에서 ‘피곤하면 착하게 살지 못한다’는 명제도 성립한다, 심리학자들은 실험군을 두 무리로 나눠 한쪽에는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게 하고 맞춘 만큼 상금을 직접 가져가고, 다른 쪽은 그냥 정해진 금액을 가져가도록 했다. 결과는 수학문제를 푼 무리의 돈이 비교 집단보다 80%나 추가로 없어졌다. 자제력이 떨어진 사람들의 도덕성이 낮게 측정된 것이다. 저자들은 “윤리적이고 정직하게 행동하려면 어느 정도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자 허리케인이 더 큰 피해를 입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1950~2012년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사망자 통계를 보면 여서 이름의 허리케인이 남성 이름의 것보다 훨씬 큰 피해를 낳았다. 남성 이름 허리케인의 평균 사망자는 열다섯명인 반면 여성 이름 허리케인의 사망자는 평균 42명을 기록했다. 허리케인 이름은 임의로 부여된다. 의도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한데, 어떻게 여자 이름의 허리케인의 피해가 유독 더 컸을까. 실험결과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남성 이름의 경우 긴장하고 더 잘 대비하는 반면, 여성 이름의 경우 상대적으로 긴장을 늦춘 것이다.

[남산 딸깍발이] 여자 이름 허리케인, 피해 더 큰 이유는… 원본보기 아이콘


이런 심리는 행복감과도 연관된다. 저자는 “행복해지고 싶은 요구가 클수록 지금 느끼는 행복과 원하는 행복의 틈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행복 희망감이 클수록 불행감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무작정 행복을 좇으면 오직 자신만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사회 참여도 줄어들고 결국 늘어나는 것은 외로움”이라면서 “(오히려) 긍정적, 부정적 감정 전부가 인생의 일환임을 겸허히 수용한 사람이 애써 불편한 감정을 피하려는 사람보다 자신의 삶에 훨씬 만족했다”고 전했다.


사람은 막연한 현상의 인과관계가 풀릴 때 앎의 기쁨을 느끼곤 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상의 공식을 발견한 듯한 인상을 주는 책이다.

AD

작고 똑똑한 심리책 | 야나 니키틴·마리 헤네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352쪽 | 1만55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