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밥값 아껴가며 대출 갚는 나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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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안녕하세요. 자영업자입니다’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폐업이라는 가슴 아픈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자영업자들에 대한 위로이자 응원이다. 작가는 소설 속에서 여러 자영업자를 인터뷰하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자영업자들과 주인공 ‘대한’의 얘기를 담담하고 먹먹하게 풀어냈다.


자영업자의 길을 결심하고 8년을 다니던 대기업을 나온 대한이 실행에 나선 시기는 코로나가 대유행을 시작하던 때였다. 빚을 내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스터디카페 문을 연 그의 매출은 수도권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 때마다 뚝뚝 떨어졌다. 높은 임대료와 대출 이자는 결국 ‘배달 알바’로 감당해야 했다. 그나마 오토바이를 탈 줄 아는 게 다행이었다.

직장에서는 겪지 않았던 난관과 수모가 그를 기다렸다. "돈 못 버는 사업가에게 고개는 자동 폴더였고, 돈 앞에 자존감 따위는 개나 줘버린 지 오래였다"고 대한은 읊조렸다.

평생 모은 돈을 투자해 놓고 제대로 문도 열지 못했던 지난 2년 반 자영업자들의 심정을 헤아릴 길은 없다. 겪지 않은 일은 짐작하기 어렵고, 남의 일에는 둔감하기 마련이다.


코로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에게는 그동안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전금이 쥐어졌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최선은 애당초 존재할 수 없었던 것마냥 ‘열심히 하는 가게만 손해를 본다’거나 ‘퍼주기로 세금만 축낸다’는 비난이 공존했다. 정부가 보상 기준을 두긴 했지만 적합성과 형평성 논란은 늘 따라다녔다. 칭찬받기 어려운 일이기도 했다.

정부는 최근 금융 취약 계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125조원+α’ 규모의 채무부담 경감 대책을 발표했다. 이 중 저신용 청년들을 도와주기 위한 청년 특례 프로그램(최저 신용자 대상 특례보증)이 특히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했다가 개인이 본 손실까지 국민 세금으로 메꿔주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는 지적이다.

안심전환 대출 변동금리를 고정금리로 전환해 주는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쇄도한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한 판단까지 책임져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번 정부에서 이런 논란은 계속 있어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 4월 배드뱅크 얘기를 꺼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시중은행에 생긴 사업자의 부실자산을 배드뱅크로 넘겨 은행의 부실을 막고, 사업자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처리 자금은 민간은행의 부담이거나 국민의 세금이다.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문제를 비롯해 각종 논란이 불거졌다.


"지금부터 최대한 빚 갚지 말고 버티세요" "열심히 빚 갚아온 자영업자들만 바보됐습니다" "성실한 사람들만 호구되는 나라"라는 등 거친 반응들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집단방역 등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대한’에 대한 손실보전이나 지원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국민들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분노한다.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해달라"는 말에 국민들은 대답한다. "밥값까지 아껴가며 대출 갚고 있는 나는 어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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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진 중기벤처부장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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