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사우디아라비아)=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제다(사우디아라비아)=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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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이제 이라크에서 미국의 역할은 모두 끝났습니다."


2011년 10월21일,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을 그해 말까지 모두 철군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해당 발언을 신호탄으로 미국의 중동 ‘출구전략’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 초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각각 20만명까지 불어났던 현지 주둔 미군은 수천명 단위로 급감했고 후임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시기에는 아프간 주둔군의 완전 철수가 결정되면서 결국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중동 출구전략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인물이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조 바이든, 현재 미국 대통령이다. 당시 그는 중동으로 지나치게 쏠려 있는 미국의 병력을 재배치해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성장을 견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가 방점을 찍고 있는 인도·태평양 집중전략의 주요 로드맵도 이미 이때 나와 있었다고 한다.

중동국가들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순방에서 강조한 미국의 ‘회귀’ 발언에도 크게 집중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직접 "중국과 러시아, 이란이 중동을 채우도록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정작 사우디와 아랍국가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석유 증산을 위한 협력에 대해서도 사우디는 이번 순방에서 협의된 내용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나섰다. 특히 예멘 후티 반군과의 교전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사우디의 미국에 대한 불신은 매우 커진 상태다.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 반군은 사우디 최대 유전지대이자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아브카이크 유전을 비롯해 송유관을 잇따라 공격해왔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의 시아파 민병대들이 곳곳에서 소요사태를 일으키면서 아랍연맹의 종주국인 사우디의 위상과 안보를 크게 흔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 출구전략 선언 이후 사우디와 아랍연맹국들에 어떠한 전투지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협상을 이끌며 이란을 국제사회로 복귀시키려는 노력을 감행해왔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미국과 사우디 간 상생관계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2014년 셰일오일이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개발된 이후 세계 1위 산유국이 된 미국은 이제 사우디의 최대 경쟁국가다. 결국 미국의 군사지원까지 사라지자 사우디가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에 목을 맬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사우디는 현재 최대 석유 고객으로 떠오른 중국은 물론 유가 담합을 위한 최대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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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말이 아닌 행동으로 중동 회귀 전략을 표명하지 않는 이상 사우디와 아랍연맹국들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연간 1000억달러 이상의 세금이 투입됐던 중동에 또다시 군대를 파견할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중동문제의 실마리를 바이든 행정부가 과연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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