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교보생명이 지난 8일 세번째 기업공개(IPO) 무산 후 올해 하반기 중 또다시 네번째 도전에 나서겠다고 공식화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 투자자(FI)인 사모펀드 어피너티와 질긴 악연이 관심을 끌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IPO가 어피너티의 '몽니' 때문에 차질을 빚게 됐고, 어피너티가 상장을 방해하는 활동을 멈추고 적극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어피너티 측은 주주간 계약에 따라 신 회장이 FI측의 주식을 매수할 법적인 의무가 있고 그가 계약을 준수한다면 주주간 분쟁은 종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적인 의무란 어피너티의 풋옵션(특정한 자산을 특정한 가격에 팔 권리) 행사를 신 회장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인데 풋옵션 행사가격을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 회장과 어피너티는 어쩌다가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분쟁에 상장 불발

한국거래소는 지난 8일 상장공시위원회를 열고 교보생명의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날 상장공시위원회에는 신창재 회장까지 직접 참석해 회사 현황과 비전을 설명하며 위원들을 설득했지만 결과적으로 연내 상장이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보생명의 상장이 미승인된 것은 재무적 투자자들인 어피너티 컨소시엄과의 분쟁 때문이다. 거래소는 양측의 분쟁이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상장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은 상장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경영권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상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2조원 갈등에 경영권도 위협"…교보생명-어피너티 질긴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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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체결한 풋옵션 조항 때문에 극심한 갈등

교보생명과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풋옵션 조항을 두고 몇년째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의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총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이들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사모펀드),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신 회장은 어피너티를 우호지분으로 만들기 위해 2015년 9월까지 상장하지 않으면 신 회장에게 주식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제공했다. 하지만 교보생명의 상장은 2015년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회계제도 변경과 저금리, 실적 악화 등으로 인해 생명보험사들의 주가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장 환경이 좋지 못할 때 상장하면 경영권도 위협 받을 수 있다.


어피너티도 당시에는 이를 용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에도 상장이 이뤄지지 못하자 어피너티는 2018년 10월 주당 40만9912원(총 2조122억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2019년 2월에는 국제 국제상업회의소(ICC)에 중재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인 분쟁이 시작됐다.


분쟁의 핵심은 풋옵션 행사가격이다. 신 회장 측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40만9912원이 터무니없이 높은 행사가격이라는 입장이다. 어피너티가 교보생명 주식을 사들인 2012년 9월과 비교해 풋옵션 행사시점인 2018년 10월을 비교하면 주요 생명보험 상장사들의 주가는 모두 하락했다. 교보생명의 주가를 67%나 고평가했다는 주장이다.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신 회장 개인이 지불하려면 보유지분을 팔고 회사 경영권을 뺏길 수도 있어 신 회장 측은 풋옵션 가격을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신 회장은 상장을 통해 적정한 시장 평가를 받고 어피너티도 증시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길 바라고 있다.

"2조원 갈등에 경영권도 위협"…교보생명-어피너티 질긴 악연 원본보기 아이콘

교보생명은 상장 원하지만 어피너티는 반대 지속

하지만 어피너티는 상장보다는 풋옵션을 통한 자금 회수를 바라고 있다. 어피너티 측은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신 회장이 주주간 계약에 따라 FI 측의 주식을 매수할 법적인 의무가 있으며 신 회장이 계약을 준수한다면 주주간 분쟁은 곧 종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당초 약속한대로 풋옵션에 따라 신 회장이 주식을 매입하고 끝내자는 것이다.


어피너티는 상장보다는 풋옵션 행사를 통한 자금 회수가 이익이 더 크다는 생각이다. 교보생명이 만약 상장 가치평가가 5조원이라면 어피너티의 지분 24%의 가치는 단순계산으로 1조2000억원 수준인데 반해 현재 신 회장에게 요구하는 풋옵션 가치는 2조원인 만큼 차액이 크다.


교보생명과 함께 생명보험업계 2위권 회사로 평가받는 한화생명의 시가총액이 1조8500억원(7월18일 기준) 가량인데 교보생명의 상장가치는 5조원이 채 안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렇다면 어피너티의 지분가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


어피너티는 2012년 9월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을 1조2054억원에 샀는데 산 가격도 못 받고 딜을 끝내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풋옵션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양측이 양보하기 힘든 싸움을 하고 있으며 단시일 내에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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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어피너티는 상장을 통해서는 제대로 된 엑시트(자금회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결국 교보생명의 가치를 최대한 높게 산정한 풋옵션 가격을 신 회장에게 요구하고 이를 통해 투자수익을 창출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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