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요즘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들을 만나면 하나같이 하는 말이다. '시장 전문가'인 그들의 올해 시장 예측이 처참하게 빗나갔다. 예측은커녕 시장 상황을 따라가면서 수정·보완하느라 뒷북치기에 바빴다.


리서치센터가 1년 중 가장 중요한 업무로 여기며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다음 해 시장 지수 전망이다. 지난해 말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상단 전망치를 3600까지도 바라봤다. 하단 전망치가 2800 아래인 곳은 없었다. 하락보다 상승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낙관론이 지배적이었다.

물론 예기치 않은 가뭄과 홍수로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예상과 달리 풍작이 들 수도 있다. 사실상 주가 지수는 '신의 영역', 아니 '신도 모르는 영역' 일 수 있다. 그렇기에 미래를 전망하는 그들의 고충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더욱이 기자가 만난 이들은 하나같이 부끄럽다는 말을 전했으니 비난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인 투자자들에게게 신뢰받는 '투자 길잡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서치센터가 갖는 고질적인 문제(?)는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주가 지수를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미래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면죄부는 받아도, 적어도 기업 분석만큼은 신뢰를 받기 위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시장이 무너지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러나 좋은 종목이라면 시장이 살아날 때 추진력이 세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은 좋은 종목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이들이 의존하는 것은 바로 리서치센터의 기업 리포트다.


리서치센터가 발간하는 보고서에 '매도' 의견 비율은 수년째 0.1%에 멈춰있다는 사실은 부끄럽지 않은 것일까. 최근 5년간 국내 리서치센터의 매도 의견 리포트 비중은 매년 말 기준 0.1%에 그쳤다. 그나마 매도 의견을 낸 곳은 미래에셋증권(0.8%), 다올투자증권(0.6%), 상상인증권(0.5%)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은 중립(홀드) 의견을 매도로 받아들인다. 그 중립 의견마저도 올해 1분기 6.6%에 그쳤다.


매도 리포트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증권사와 기업이 이익 측면에서 갑을 관계에 놓여 있어서다. 매도 의견을 내면 증권사의 법인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증권사에겐 기업금융이 중요한 수익원 중 하나다. 기업공개(IPO) 및 채권 발행 주관, 인수주선 등을 맡기 위해선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더욱이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해당 기업에서는 '기업 탐방'이나 '자료 제공'을 거부하기도 한다.

AD

물론 리서치센터는 억울한 면도 있다.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원망스러울 수도 있다. 예전 미국에서 '갤럭시노트7'이 터졌을 때 애널리스트들은 심각성을 인지하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매도 의견을 낼 수 없었다. 발화 악재는 무시되고 실적이 좋은 반도체 부문만 부각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이해 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적에 큰 영향은 없었지만, 단기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은 중요한 판단 기회를 놓치게 된 셈이었다. 리서치센터가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성'을 갖춘 채 제대로 분석을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는 한, 개미들의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이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