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준비돼 있는지 고민할 때
의료 데이터 모아 산업육성 필요

모더나도 '보스턴 클러스터' 출신
'헬스케어 혁신파크' 30여개기업 협업

'초고령사회연구소' 미래의학 연구
결국 재택·돌봄·원격의료 확대될 것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 고속성장
브랜드파워·동기부여·조직문화 성과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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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조영주 바이오헬스부장, 정리=이관주 기자]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최고의 ‘미래병원’이 되겠다는 목표로 미국 보스턴,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모델을 실현해 나가겠다."


내년이면 개원 20주년을 맞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개원 이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이른바 서울 소재 ‘빅5’ 병원과 견줘 손색없을 정도의 대한민국 대표 병원으로 성장했다. 백남종 원장은 이 같은 분당서울대병원의 성장과 미래병원으로의 진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초고령사회, 디지털 헬스케어 등 급변하는 시기를 잘 준비하면 ‘점프 업(jump up)’하는 시기가 분명히 찾아올 것"이라며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학병원으로서 공공성을 강화하면서도 미래병원으로 성장하는 초석을 다져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1년을 맞은 백 병원장을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난해 분당서울대병원의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이처럼 빠른 성장의 비결은 무엇인가.

▲우선은 서울대병원의 브랜드파워를 빼놓을 수 없다. 우수한 의료진들을 환자와 보호자들이 신뢰해주셨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암과 뇌 신경 분야를 키워보려 했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을 대표하는 두 분야라고 생각한다. 2003년 개원해 상대적으로 조직이 젊고 동기부여가 많다는 점도 있다. ‘서울대병원에 걸맞은 위상을 갖자’ ‘상급종합병원이 되자’ 이런 식으로 동기부여가 많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화합하는 조직문화가 만들어졌고, 노사관계도 좋아 무분규를 유지하고 있다. 환자, 환자가족, 직원, 직원가족 모두가 행복한 병원이 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행복한 직장을 만들자는 의미인데 그런 것도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의 바탕이 됐다고 본다. 아직 만족할 수는 없지만, 올해 뉴스위크 세계병원순위에서 89위를 차지했다. 서울대병원이 별도로 있는 상태에서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서울대병원이 있고, 분당서울대병원이 따로 있는데 둘 다 잘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것은 우리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는 의미라서 자부심이 든다.


-병원의 최첨단화·디지털화가 화두다. 취임 이후 미래병원으로의 도약을 강조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방향을 어떻게 잡고 있나.

▲코로나19를 겪으며 의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기를 맞았다. 그런데 차세대 먹거리로 헬스케어를 많이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준비돼 있느냐는 의문이다. 여태 병원 공공성 얘기는 많이 해도 산업으로서의 준비는 조금 덜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래서 두 가지 화두를 꺼냈다. 첫 번째는 디지털 헬스케어로 소위 ‘3차병원’을 넘어 ‘4차병원’이 되는 것이다. 데이터를 잘 모아 가치 있게 산업적으로 연결하는 준비를 해오고 있다. 일례로 암 레지스트리를 만든다면 활용 방법이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를 잘 쓸 수 있도록 가공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인공지능(AI)에 3년 동안 1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기업·스타트업과 협업·접목시켜 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를 잘해보려 한다. 우리 병원이 디지털 쪽으로는 국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도 하고 외국에서 벤치마킹도 많이 한다. 두 번째는 병원이 중심이 되는 바이오 복합 클러스터를 조성하려고 한다. 현재 병원에 구축된 ‘헬스케어 혁신파크’가 핵심이다. 이 두 개가 병원의 미래 모습이 될 것이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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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혁신파크에는 주로 어떤 기업들이 들어와 있나.

▲우선 병원 연구시설이 가 있고 주로 초창기 벤처기업들이 많다. 기업만 35개 정도 된다. 병원과 같이 협업하고 동물실험, 전임상실험 등 전 주기를 지원하고 있다. 아이디어만 있다면 여기에서 액셀러레이터,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고 특허 취득부터 상품화까지 이어지는 성공 모델을 만들고자 한다. 들어온 기업 중에 6개사가 코스닥에 상장했고 1개사는 나스닥에 진출했다. 교수들이 그룹을 만들어 기업을 지원하고 협업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스타트업이 의사를 만나기는 참 힘들다. 그런데 처음부터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다 만들어 놓고 써달라고 부탁해도 의사들이 원하는 모델이 아니라면 잘 쓰지 않는다.


-병원이 직접 바이오산업 육성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외국에는 병원 중심 클러스터가 많다.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해진 모더나만 해도 하버드대병원을 중심으로 보스턴 클러스터에서 나왔다. 외국은 병원이 있고 제약사와 연구소가 붙는 형태다. 이처럼 우리도 병원 중심으로 기업, 연구소 등이 다 같이 모여 바이오메디컬 클러스터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오송만 해도 연구소는 있어도 큰 병원은 없지 않나. 다행히 우리 병원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 주위 여건도 판교, 광교와 가깝고 성남에 의료기기업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다. 제약회사도 연구인력이 중요해 연구개발(R&D) 파트는 용인 이하로는 잘 안 내려가려고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 병원은 여러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헬스케어 산업 육성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초고령사회가 현실화 했다. 이에 발맞춰 의료도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의료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미래의료는 예방과 치료, 재활, 웰니스(wellness) 등이 모두 섞일 것이다. 인구구조가 바뀌어 소멸하는 지역도 있을 것이다. 특히 연세가 드신 분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30년 뒤에는 58.7세가 중위 연령이 된다. 지금이야 병원에 사람이 많아도 장시간 기다리고 하지만, 나중에 병원에 모시고 올 사람이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건가. 독거노인도 많아지고 있어 간병인을 두더라도 아프면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 AI, 의료로봇, 돌봄 등이 함께 갈 것이다. 저항도 있긴 하지만 재택의료, 돌봄의료, 원격의료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료 모델을 적용할 것인지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병원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 논의하는 워킹그룹인 ‘초고령사회연구소’를 구성해 연구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우리가 미래 모델을 만들어 확산시키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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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장이 29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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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상황에서 병원의 공공성도 중요한 문제다. 감염병전문병원 구축에 나섰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병원은 경기도 유일의 국립대학병원으로서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다. 그간 상대적으로 약했던 부분이 공공성이었다. 우리는 주인이 국가인 병원이니 그 몫을 확실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직원들에게 많이 하고 있다. 수도권 감염병전문병원도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2027년 말 342병상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은 병상 제한이 있어 우선 153병상을 추가로 승인받았다. 질병관리청 원안은 36병상에 중환자실(ICU) 6개가 기본이었는데 그걸로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서울, 경기는 물론 인천, 강원에서도 환자들이 올 텐데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보자고 해서 크게 한 것이다. 다인실도 5인이 아닌 4인실 체제로 구축하려 한다. 규모에 비해 병상이 그렇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쾌적화를 통해 감염 취약 구조를 극복하려 한다.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 별도의 외래센터 구축도 고려하고 있다. 기존 병원 건물은 수술장과 중환자실을 늘리고, 안과나 피부과 같은 진료과는 분산하는 것이다. 한 건물에 있으면 효율적이긴 하지만 효율보다는 효용과 편의의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지하에 외래가 있는 시대는 이제 아닌 거 같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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