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앞둔 2025년…공동경제구역 등장
獨 통일 상황 반영했다지만 비현실적

[이종길의 영상2도]'종이의 집'처럼 갑자기 이뤄지는 통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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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배경은 통일을 앞둔 2025년 한반도다. 공동경비구역(DMZ)은 공동경제구역(JEA)으로 탈바꿈한다. 경제 공동체를 건설하고 공동 화폐도 발행한다. 일명 ‘교수(유지태)’가 남북 모두 부유해진다는 욕망을 토대로 구상했던 수순이다. 대북개발주는 신고가(新高價)를 기록하고, 북한 기업들은 줄지어 상장한다. 북한 출신 ‘도쿄(전종서)’와는 무관한, 장밋빛 풍경이다. ‘도쿄’는 이주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신세가 된다. "웰컴 투 자본주의."


이 작품을 담당한 류용재 작가는 "1990년 독일 통일 전후 상황을 많이 참고해 반영했다"고 전했다. 동독 경제가 화폐 통합과 국영기업 사유화에 힘입어 사회적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명암은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과 정반대로 엇갈렸다. 동독은 대량이주 사태를 예방하고 조기에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1대 1 화폐통합을 추진했다. 덕분에 동독 주민들의 생활 수준은 크게 향상됐다. 그러나 기업들은 통화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돼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줄도산했다.

1980~1990년 서독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2.5%. 반면 1991~2009년은 1.3%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보고서는 통일에서 주된 원인을 찾았다. 동독의 대량 실업 발생이 통일비용 증가로 이어져 전체 경제에 부메랑 효과로 나타났다는 얘기다. 지역 간 생산성 불균형에도 동독 기업 노동자들은 끊임없이 임금 인상과 균형을 요구했다. 서독은 물론 서방 기업가들은 투자를 기피했다. 결국 동독은 신규 고용 창출은커녕 전반적인 경제활력마저 저하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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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단순히 자본주의가 사회를 망가뜨린다는 주장은 위험하다. 동·서독은 분단 직후에도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교류를 이어갔다. 서독 지도부는 분단으로 인한 주민 고통을 완화하고 동족 간 이질성을 막아야 한다는 강한 철학과 의지가 있었다. 안보 문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동·서독 모두 국제사회의 이해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자제했다.

남·북한도 1992년 기본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핵 문제 때문에 당시 합의는 이행되지 못한 채 사문화된 상태로 남아 있다. 포용 정책 추진도 분단 시절 동·서독과는 질이나 규모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반도와 동·서독은 정치·사회적인 환경에서도 차이가 크다. 민주화 의식으로 무장한 동독 주민이 아래로부터의 혁명을 견인했던 모습. 지금의 북한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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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우연은 없다. 동독 붕괴는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 아니다. 서독 정부가 40년 이상 접촉과 교류를 통해 동독의 체제 변화를 유도해왔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일에 대한 기대도 점차 사그라질 즈음, 변화는 뜻밖의 도둑처럼 찾아왔다." 이런 ‘도쿄’의 배경 설명은 비현실적이고 허황한 설정에 불과하다.


편집자주*영상2도는 영상을 다르고 차갑게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영상 콘텐츠를 주제로 합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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