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2020년 9월 북한군이 피살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전날 대통령실과 해양경찰이 발표한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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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군사전문기자]‘서해 공무원 피살’ 관련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낼 북한군 간 교신 감청 내용 등 특수정보(SI)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나 높아지고 있다. SI가 외부에 노출될 경우 군의 전력이 노출될 수 있지만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공개해 진실을 밝히자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한 국민의 힘 의원은 “국방부가 2020년 9월 당시 국회에 보고한 내용은 녹음·녹화화일이 아닌 글자로 적어온 보고서였다”면서 “글자 몇줄로 당시의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북측 해상에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가 "스스로 월북했다"고 발표했다. 북한군 간 교신 감청 내용 등 특수정보(SI)를 결정적인 증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가 특수정보를 청와대 입맛에 맞게 짜깁기했고 이 모씨를 월북자로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국방부가 그동안 국민에게 사고결과를 밝힐때마다 자료 짜깁기 논란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국방부는 천안함 침몰시간도 몇일간 오락가락했다. 열상감시장비(TOD) 영상도 당초 1분 20초짜리로 편집된 영상을 공개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국방부는 서해 백령도 인근 해병대 초소에서 찍은 40여 분 분량의 원본 TOD 영상 전체를 공개했다. 당시 "의도적으로 짜깁기한 영상만 공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15년에는 짜집기 브리핑도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에게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이기 때문에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들어가려면 한국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 측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일본 자위대가 유사시 북한지역에서 군사작전을 펼칠 때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국방부는 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의 남쪽"이라는 나카타니 방위상 발언의 핵심 부분은 전달하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는 북한지역에서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한미일 간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했다. 심지어 국방부는 나카타니 방위상이 이번 회담에서 한 발언이 "우리 정부와 이견이 아니라 수용하는 쪽이 많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마디로 회담에서 드러난 이견은 감추고 ‘협력하겠다’는 부분만 ‘짜깁기한 브리핑’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명 사건사고가 발생할때 마다 국방부는 짜깁한 자료만 내 놓는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김훈 중위(당시 25. 육사 52기) 사망 사건이 대표적이다. ‘권총 자살’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당시 군은 "김 중위가 권총으로 머리를 쏴 현장에서 숨졌으며 정확한 자살 동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이뤄진 초고속 발표였다. JSA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공식 발표는 톤이 좀 달랐다. 유엔사는 국방부 출입기자의 취재에 "육군 장교 1명이 숨졌다는 보고를 받고 경비병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냈다.


군은 19년 뒤인 2017년 8월에서야 "소대장으로서 임무 수행 중 ‘형태 불명의 사망’이 인정된다"며 김 중위를 순직 처리했다.


군내 사건사고 진상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정부는 군 수사기관의 문제점을 짚기도 했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80년대 군 의문사 사건 25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군 수사기관 등의 문제점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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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진상규명위는 "당시 헌병대 등 군 수사기관이 군대 내 의문사 사건의 경위 및 현장을 왜곡, 조작하거나 비전문가의 감정 결과를 토대로 수사를 자의로 결론짓는 등 수사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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