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윤석열의 청구서
[아시아경제 산업부장 이초희]고물가·고금리·고환율을 3대 악재가 경제의 발목을 틀어쥐고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경기 악화는 곧 시민들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질병 같은 존재다.
이를 돌파 하기 위한 새 정부의 경제 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야당은 부자감세와 친재벌 정책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 하고 있지만 재계 입장에서는 일단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방향성은 확고하다. 후보 시절 부터 줄곧 주장하던 기업과 시장이라는 양대축을 중심으로 민간 주도의 경제 운용으로 투자와 고용 확대라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로 인해 눈덩이 처럼 불어난 국가 채무는 지난 정권과 같이 막대한 국가 재정 투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현 상황에서 민간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규제를 풀어 주겠다는 방법은 나름대로의 합리적 선택이다.
법인세율 인하, 투자·상생협력 촉진세제 폐지 등은 특히 기업들이 대거 환영할만한 대목이다. 지난 정부 때 대거 쏟아졌던 규제 법안들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고 아우성 쳤던 경영계에게는 때마침 내린 단비처럼 느껴질만 하다.
그러나 과거 정권들도 출범 초기 친기업 정책으로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소위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뚜렷한 성과를 낸 기억은 없다. 2007년부터 2012년 사이 우리나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달러 전후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 사이 대기업은 쑥쑥 성장했다. 2009년 대기업 순이익은 전년 대비 39%, 2011년에는 60% 까지 급증했다. 이는 과거 정권의 친 기업정책들은 낙수효과를 불러 오는데 실패 했다는 얘기다. MB정부 시절 법인세를 인하하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가계 소득으로 증가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5년 동안 기업의 사내유보만 28조가 늘었다는 통계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해답은 민간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윤 정부가 민간주도형 정책에 방점을 둔 배경이기도 하다. 대기업들은 여전히 투자·고용의 견인차다. 최근 새정부 출범에 맞춰 대기업들이 내놓은 국내 투자 규모는 1000조원을 넘어선다. 기업에 대한 혜택이 직접적으로 서민들의 풍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치더라도, 기업의 활동이 늘어날 수록 더 많은 기회의 창이 열린다는 건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GM의 군산공장이 폐쇄된 이후 지역 경제가 얼마나 망가졌는 지만 봐도 대기업이 왜 필요한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다. 윤 정부가 약속대로 많은 규제와 제약들을 걷어내주는 것은 기업들에게 그만큼 화답하라는 청구서이기도 하다. 세제 개편과 규제 완화가 현실화 된다면 기업들은 투자를 미룰 이유가 없다.
대통령은 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반드시 밀고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여론에 연연하지 않고 뚝심 있게 해야 할 일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호기로운 배짱은 정권 초기의 허니문 기간에나 가능한 일이다. 정치는 언제나 여론과 지지율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기업에 등을 돌린다면, 아무리 배짱 좋은 정권도 끝까지 기업들의 편을 들어줄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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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은 기업에게 넘어갔다. 정부의 친기업 정책에 기대어 투자 없이 유보금만 쌓고 부동산 투기에만 열을 올린다면, 지금의 봄바람은 언제든 냉혹한 칼바람으로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1000조원의 투자 약속이 어떻게 지켜지는 지 국민 모두가 지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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