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놀라울만큼 자유·해방감 줘"
강동원 "시나리오 없을떄 출연 결정"
이지은 "선배들과 호흡에 큰힘 얻어"

영화 ‘브로커’ 속 3인3색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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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감정이입보다 일상 속 인물과 풍경 묘사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 속 세 인물은 대사와 행동마저 일견 가치중립적 입장을 보인다. 아이를 버린 엄마 소영(이지은 분)은 슬프지 않고, 버림받은 과거를 품은 동수(강동원 분)는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우성을 냉철히 바라보며, 그 아이를 팔아 넘겨 한몫 챙기려는 상현(송강호 분)은 일말의 죄책감 없이 더 나은 구매자를 찾아 나선다. 촬영장에서 모니터가 아니라 연기하는 배우를 뚫어지게 바라본다는 고레에다 감독. 세 배우는 그 시선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여정을 풀어나갔을까.


송강호는 "종전까지는 고레에다 감독님이 치밀하게 짜인 정교한 연출과 이야기를 통해 관객과 소통한다는 선입견을 가졌는데, 이번 브로커 현장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자유와 해방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배우들이 이 영화를 통해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고 느껴질 정도였다고 한다.

거장 고레에다의 흡인력 때문일까. 강동원은 시나리오도 없는 상태에서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7년 전 시나리오가 없을 때부터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며 "고레에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내게 조언을 구하셨고 또 제작을 맡은 영화사 집을 내가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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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파역을 자처한 그의 활약은 영화제작은 물론이고 서사 전반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보육원에서 자란 동수도 ‘버려진 아이’라는 아픈 기억이 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강동원을 염두에 두고 동수 캐릭터를 완성했다. 강동원은 "입체적 캐릭터를 위해 직접 보육원 출신의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생생한 그들의 삶을 이야기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브로커는 극의 흐름대로 촬영됐다. 그 때문에 배우들 역시 감정이 점층적으로 쌓여 배역을 표현하고 연기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아이를 버리는 엄마를 연기한 이지은의 설명과도 맥이 닿아 있다. "(출산 경험이 없기에) 아이를 통해 느끼는 기쁨 그리고 고통과 같은 특수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촬영 전부터 엄마를 비롯한 주변 분들께 많은 조언을 구했다." 이지은은 "시나리오 속 상황에 소영만의 여러 가지 감정을 쌓아가며 캐릭터를 완성해나갔고, 함께 한 선배님들과의 호흡에 큰 힘을 얻었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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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 출연을 토대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지은에게 ‘브로커’는 인생 첫 상업영화다. 영화계 선배들과 함께하게 된 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지은은 "대본 첫 리딩 때 송강호 선배님, 강동원 선배님, 배두나 선배님이 차례로 들어오시는데 내가 여기에 정말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당시 이지은은 잠시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고 한다. 이지은은 "그저 작품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했고, 그렇게 정신없이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했다.


목적이 선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해도 아이를 파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브로커’는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빚에 허덕이는 와중에 몰래 아이를 빼돌려 파는 브로커 상현의 표정은 어딘지 모를 당위와 설득력을 갖고 관객에게 말을 걸어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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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힘 때문이었을까. 송강호는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송강호는 "만약 칸영화제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의 남우주연상이라는 무게감에 어울리지 않는 담담한 소회다. 이는 배우 송강호의 영화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다. "영화는 많은 요소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작업이고 배우 역시 나뿐만 아니라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송새벽, 김선영, 이동휘 그리고 아역들까지 모든 배우의 땀방울이 하나씩 모여 영화를 완성했다."


데뷔 23년 차, 영화 ‘반칙왕’이래 다양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온 배우로서 송강호는 이번 남우주연상 수상이 커리어의 정점이기보다는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꿈꾼다. 송강호는 "언제든지 꼭 주연이 아니더라도 내일 당장이라도 좋은 작품이 있으면 조연 아니라 단역으로라도 참여하겠다는 마음"이라며 "이 마음이 언제까지 갈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에너지를 갈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배우로서 늘 열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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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하는 감정은 잠시 눌러두되 처연하면서도 속 깊은 마음이 전해지는 얼굴로 아이를 파는 여정에 동참한 세 배우의 표정은 ‘브로커’ 속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풍경으로 관객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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