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은 틀리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말이 실감 난다. 잡힐 듯하던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하자 미국 금융시장이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는 11년 만의 최고치인 3.4%대를 넘나들었고 나스닥 주가도 지난 월요일 하루에만 5% 가까이 급락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 달 전만 해도 0.25%포인트 인상으로 예상되던 미 연준의 기준금리가 시장의 최대관심 속에 0.75%포인트 인상됐다. 5월의 빅 스텝(0.5%)을 뛰어넘는 소위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이다. 시장에선 0.75% 금리 인상의 여파에 대한 계산에 분주하다. 채권과 주식시장의 또 다른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차라리 큰 폭의 금리 인상으로 7월, 9월 향후 FOMC(공개시장위원회)의 금리 인상 부담과 시장 불확실성을 줄여줬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떻게 될까. 다양한 의견이 나오곤 있지만, 큰 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됐기 때문에 채권이든 주식시장이든 일단 급락 후 바닥권 인식 확산으로 다소 안정화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금리 인상 직후 미국 주가는 상승 반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라는 의견에 개인적인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주된 이유는 미 연준의 물가통제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요인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비경제적 공급망요인이 대표적이다. 미국으로선 대외변수라 금리 인상 외에 뾰족한 대책이 없는 반면, 러시아는 원유 등 가격급등으로 되레 무역흑자가 급증해서 전쟁 장기화가 한 전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내 물가요인인 임금과 주택가격 상승도 코로나로 대량으로 풀린 재정자금을 조기에 흡수할 수 없다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 따라서 미 연준이나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민주당 정부나 똑같이 ‘물가 잡기’가 핵심 목표인 점을 고려하면, 전쟁 장기화 여하에 따라선 빅 스텝 또는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위험이 꽤 오래 갈 수도 있단 얘기다.
특히 문제는 이쯤 되면 미국 걱정할 때가 아니란 점이다. 과거 수차례 경험했듯이 미국의 지속적인 금리상승은 신흥국에서의 환율급등과 자본유출, 경우에 따라선 외환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이미 스리랑카에 이어 라오스, 아르헨티나는 외채상환을 갚지 못해 디폴트 위험에 처했고, 터키와 인도 등도 환율의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을 정도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 역시 올해 들어 이미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 주식, 채권, 외환시장 불안은 멈추지 않고 있다. 3000대였던 코스피지수는 2500선 아래로 급락했고 3년물, 10년물 국채 금리도 3.6~3.7%대로 거의 10년 만의 최고치, 달러당 환율도 1300원을 앞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가 4477억 달러(5월말 기준)로 세계 9위, 단기외채 비중도 약 30%로 높지 않아, 외환위기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었다.
하지만 현시점은 과거 잣대로 봐선 안 되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미국 소비자물가가 연속 3개월 8%대의 고공행진을 하는 데다, 세계은행이 50년 만의 물가충격을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수출 비중이 높고 자본시장이 100% 개방돼 있기 때문에 수출입 충격이 오면 실물의 상품수지뿐 아니라 금융의 자본수지도 외국인의 주식·채권 매도, 달러 유출로 순식간에 환율급등 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 그만큼 외환보유구조가 취약할 수 있단 얘기다.
미국이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지속할 경우 한미 금리차가 역전될 수 있는 점도 자본유출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미 한미 금리 격차가 거의 없어진 데다, 우리나라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아 금리 인상을 계속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로선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에 노력함과 동시에 IPEF(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가입으로 대중 수출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등 꼼꼼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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