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가족기업 경쟁력의 재발견…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이란 단어는 글자 그대로 소수 일가족이 기업의 소유·경영권을 갖고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체제를 뜻하는 말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재벌(財閥)’이나 족벌기업이라는 말로 번역돼왔고,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여왔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전후로 미국을 비롯해 서구사회에서 가족기업의 긍정적인 면이 다시금 부각되기 시작했다.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전문경영인 방식으로 운영되던 미국식 경영 체제의 도덕적해이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가족기업들이 갖고 있는 안정성과 경영자들의 책임 의식에 대한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인 요시모리 마사루 요코하마 국립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러한 긍정적 의미의 ‘오너십(ownership)’을 강조해온 학자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동족(同族)기업’으로 번역되는 가족기업의 긍정적 요소들과 수백 년간 그들이 지켜온 기업 관리기법을 일본에도 접합시켜야 한다고 주장해온 요시모리 교수는 특히 이런 가족기업이 많은 독일의 사례를 집중 연구해왔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500년 전 독일의 대부호였던 푸거 가문이 설립한 세계 최초의 서민형 임대주택인 ‘푸거라이(Fuggerei)’를 예시로 들며 수백 년간 이어진 가족기업들의 오너십이 기업과 사회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푸거 가문은 16세기 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최대의 금융가문으로 독일 황제 선출과 종교개혁 등 역사의 전환점에도 큰 영향력을 발휘한 가문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마 교황청과 함께 이들이 주도했던 면죄부 판매는 아직도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과오 못지않게 중세 말기 독일에서 처음으로 사회복지라는 개념을 도입했던 푸거 가문의 사회공헌이 매우 크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푸거 가문과 함께 이 책에서 소개되는 독일의 주요 가족기업들은 모두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다. 1811년 설립한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인 크루프, 1816년 만든 광학기업 자이스, 1886년 세워진 보쉬 등 브랜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저자는 이 기업들이 가족기업 체제를 유지하며 건강한 오너십을 발휘해오면서 기술개발과 혁신을 주도해왔을 뿐만 아니라 사회공헌을 크게 해 온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다고 강조한다. 실제 이들 기업은 작게는 지역사회, 크게는 국가와 연계된 국민기업으로 자리매김해왔고 노사상생을 강조하며 기업의 연속성과 안정성 강화에 이바지해왔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물론 이런 긍정적인 오너십이 갖춰지기까지 각종 역사적인 우여곡절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있었음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특히 독일의 일반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의 이원화 구조, 오너들의 과도한 경영권 행사를 막기 위한 법적 제도 설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결국 기업과 국가, 사회가 적절히 견제와 균형을 통해 관리하는 가족기업의 오너십이 발휘될 때, 강점들이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다만 저자가 소개한 기업들 대부분이 과거 나치독일에 협력했던 전범기업이라는 점이나 이원화된 기업 이사회 구조를 나치 독일이 만들었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드러낸 부분은 이 책의 불편한 부분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며 본다면, 기업구조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AD

독일 100년 기업 이야기 | 요시모리 마사루 저 | 배원기 옮김 | 한국경제신문 | 580쪽 | 3만원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