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물가에 유럽마저 ‘긴축’…미CFO "경기침체 닥친다"[초긴축의 시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통화정책회의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CB는 이날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재차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2022.6.10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이현우 기자]미국의 연이은 ‘빅스텝’에도 신중했던 유럽마저 ‘긴축’ 칼을 빼든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존재한다.
9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 인상을 예고한 시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강도를 가늠할 수 있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둔 날이기도 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일제히 고강도 긴축에 나서면서 경기 침체 공포도 한층 더 커졌다. 미 주요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10명 중 7~8명은 내년 상반기 중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내다봤다
◆매파로 변신한 ECB, 7월 금리인상 예고
이날 EC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이 주목한 것은 앞으로의 금리 경로다. ECB는 현행 0%인 기준금리를 오는 7월부터 0.25%포인트 인상하고 9월에도 재차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11년 만의 첫 금리 인상이 된다.
특히 ECB가 향후 두 차례 회의에 걸쳐 금리 인상을 예고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ECB는 2011년 남유럽 금융위기 이후 줄곧 금리를 인하했으며 2016년3월부터 6여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해왔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Fed 등이 줄줄이 긴축에 돌입한 이후에도 비둘기적 행보를 보였던 곳이다. 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결국 긴축 칼을 빼든 것으로 해석된다.
ECB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에너지, 식품 가격이 치솟으며 지난달 인플레이션이 상당히 올랐다"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광범위해지고 심화되는 것은 중대한 도전"이라고 밝혔다. 유로존의 5월 CPI 상승률은 8.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석유 및 천연가스 등 에너지 비용이 39.2% 올랐다. 식품과 주류 및 담배가격도 7.5%나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 큰 폭의 금리 인상을 주저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Fed처럼 한 번에 0.5%포인트를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파월은 "ECB가 당초 예상보다 명확한 경로를 제시했다"며 "주변국 채권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9~10월에는 점진적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ECB의 행보에 글로벌 긴축 경계감은 한층 더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다음 주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5월 CPI를 주시하고 있다. 3월(8.5%), 4월(8.3%)에 이어 5월에도 8%대가 확실시된다.
5월 상승세가 둔화한다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반면 5월 상승폭이 전월보다 커진다면 Fed의 긴축 행보는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5월에 미 물가가 다소 진정되더라도 6월에 다시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내년 경기침체 올것" 우려 확산
고강도 긴축이 경기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도 쏟아진다. CNBC가 주요 기업 CFO 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는 2023년 상반기 중 경기침체가 일어날 것으로 본다고 답변했다. 미 경제가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답한 CFO는 한 명도 없었다.
또한 CFO 40% 이상은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외부 리스크로 꼽았다. 이어 Fed의 통화 정책(23%),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망 우려(14%) 등이 주요 리스크로 언급됐다. 피델리티의 애나 스툽니츠카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지나치게 빠른 인상은 경기침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재차 하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경우 올 들어서만 3번째다. 앞서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로 대폭 하향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 재무부 장관 출신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80%이상으로 내다봤다. 다만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서밋에 참석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불황 조짐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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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C 조사에서 응답자 77%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3만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 수준에서 9%, 올해 최고점에서 18%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이날 뉴욕 증시는 긴축 우려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 대비 2.75% 내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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