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도, 위안화도 달러 위상 못 따라잡아
가상화폐 급부상했지만 '안전자산' 역부족
팬데믹과 전쟁, 인플레이션에 닥치자…달러, 악재에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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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달러 패권’이 도전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지만, 달러의 ‘1강(强)’의 지위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다. 팬데믹과 전쟁 악재가 가파른 인플레이션에 맞서려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과 맞물린 결과다.


7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102.34를 기록, 전년 대비 13.77% 상승했다. 지난달 8일 104.62 까지 치솟은 뒤로 다소 주춤해진 상황이지만, 5월치를 제외하면 2002년 이후 20년여만에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유로화(유럽연합·EU)나 파운드화(영국), 엔화(일본) 대비 약세를 보이던 달러는 2021년 강세 역전한 데 이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절상을 가속화했다. 지난 1년 간 달러는 유로화 대비 12%, 파운드화 대비 9%, 엔화 대비 1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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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패권의 도전자들

전쟁이 촉발한 신냉전 구도가 달러 패권에 대한 다양한 도전을 더욱 서두르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하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를 계기로 상황에 따라 달러 외의 대안 화폐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수의 국가가 각성하게 된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 이후 이어진 서방의 경제 제재를 돌파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와 루블화의 외환거래를 급격히 늘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모스크바 현물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로 환전된 위안화 규모는 259억1000만위안(약 4조8100억원)으로 지난 2월보다 1067%나 급증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달러화 의존도를 줄이고, 양국 통화를 대체제로 삼으려는 움직임이다. 반면 달러-루블화 거래는 제재의 영향으로 약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월 사우디아라비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두고 최대 고객인 중국과 협의에 나섰다. 중국은 2020년 기준 세계 원유 수입량 1위이며, 사우디 원유의 26%를 수입하고 있다. 인도도 러시아의 원유를 수입할 때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가상화폐 역시 달러 패권을 위협하는 한 축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디지털 자산을 주제로 한 연설에서 CBDC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며 "달러는 어느 상황에서는 최고의 통화라는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며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이 같은 도전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달러 패권은 국제금융시장과 군사력 측면에서 나타나는 미국의 ‘확실한 리더십’과 함께 의미있는 대체제나 도전자가 없다는 데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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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말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81%로 압도적이다. 2009년 65%에 달하던 것에서 다소 감소한 것은 맞지만,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유로화 비중은 같은기간 28%에서 20%로 떨어졌다.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내에서도 올 2월 기준 달러 거래 비중이 38.85%로 가장 많다. 유로(37.79%), 파운드(6.76%), 엔(2.71%) 순이다.


달러 패권에 가장 공격적으로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진 위안화는 빠른 속도로 글로벌 통화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것은 맞지만, 달러 패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위안화의 세계 외환보유액 비중은 2.79%, SWIFT내 거래 비중은 2.23%에 그친다. 스위스 은행 롬바드 오디에의 스테판 모니에 최고투자책임자는 "현재로서는 서방과 러시아의 균열이 영구적이 되고 세계가 점점 다극화 된다 하더라도 달러가 지배적 통화의 위치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위안화는 달러 패권에 대한 확실한 도전자이지만, 글로벌 투자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 위안화 표시 자산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强달러, 미국 내에서도 '양날의 검'

강달러 현상은 수입 물가를 낮춰 현재 미국경제의 최대 난제인 인플레이션을 누그러뜨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국외 매출 비중이 높은 다국적 기업에게는 대형 악재다.


실제 마이크로소프트는 환율 변동 탓에 올해 회계연도 4분기(4~6월) 매출 전망치를 기존 524억~532억달러에서 519억4000만~527억4000만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주당 순이익 전망치도 4월말 제시한(2.28~2.35달러) 것에서 한 달만에 2.24~2.32달러로 낮춰 잡았다. MS와 같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해외에서 번 외화를 달러화로 바꿔야 하는데 달러 환율 급등으로 실제 이익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따르면 MS의 2021 회계연도 매출의 절반가량이 국외에서 창출됐다.


이밖에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세일즈포스도 올해 매출 전망을 하향조정하며 강달러를 원인으로 지목했고, 스냅챗의 모회사 스냅도 거시경제 환경을 언급하며 실적 악화와 채용 감축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달러가 애플의 분기 매출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연간 성장률에 마이너스(-) 3%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했다.


달러 강세는 상대적으로 통화 가치가 하락한 신흥 시장에서 더 큰 타격이 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전 CEO이자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대부분(의 저소득 국가)에서 달러 강세는 수입 가격 상승, 외채 상환 비용 증가, 금융 불안정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이미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을 크게 확대한 국가들에게는 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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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강세 언제 멈출까

그렇다면 거침없는 달러의 강세는 언제 멈출까.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이 정상화되고 경제성장이 평균 궤도를 되찾을 때 달러 수요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꿔 말하면 현재 강달러의 가장 강력한 원천은 유럽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문제인 셈이다.


스테판 모니에 최고투자책임자는 "2023년 글로벌 성장이 회복되기 시작하고 Fed가 공격적 금리인상을 완화할 수 있게 되면 확실히 강한 수준의 달러 약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임금인상률이 지난해부터 둔화되고 있고, 소비자들이 저축을 늘리는 등 경기 둔화 조짐이 강달러를 멈추게 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금리인상의 최대 배경인 인플레이션도 강달러에 힘입어 다소 완화될 수 있다. 달러강세는 미국 수출에는 하방 압력이지만, 동시에 수입 상품 가격을 낮추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 3월 미국은 1098억달러의 기록적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은 2월보다 20% 늘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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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비스 부문 성장이 지난달 크게 둔화됐고, 4월 신규주택 판매는 9년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경기 둔화 징후에 Fed가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고, 통화시장의 투자자들 역시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스티브 잉글랜더 스탠다드차터드 북미 거시전략책임자는 "시장은 Fed가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달러가 고점을 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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