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취지 무색해진 중대선거구제… 허물어지지 못한 '거대 양당'의 벽
시범 선거구 30곳 중 소수당 4곳뿐
출마 시간 부족, 양당 구도 등 영향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소수 정당 후보와 정치 신인의 진출을 목적으로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됐지만 제도의 취지가 실상 무력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범 실시한 기초의원 선거구 내에서 대부분의 당선자가 '거대 양당'의 후보들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방선거를 두 달 여 앞둔 지난 4월 전국 30곳 국회의원 선거구에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선거구 내 기초의원 선거구 당 선출인원이 3인 이상 5인 이하로 확대되면서 최대 5위의 득표한 후보까지 당선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지선에서 중대선거구제가 실시된 기초의원 선거구 30곳 중 소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4곳 뿐이었다. 여야가 중대선거구제 시행을 합의한 서울 8곳·경기 6곳·인천 4곳·대구 2곳·광주 3곳·충남 7곳 등 30곳이 시범 선거구에 해당됐는데 총 109개 의석 중 4개를 제외하고 모두 더불어민주당(55석)과 국민의힘(50석)이 의석을 가져가게 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선거를 48일 앞두고 시범 선거구를 결정하면서 출마할 후보자를 마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점과 대선 직후에 치러져 이미 거대 양당 간 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범 선거구 중 한 곳인 서울 서초구 가선거구의 경우 민주당 후보 2명, 국민의힘 후보 2명, 무소속 후보 1명이 출마해 양당 후보만이 당선됐다. 또 충남 계룡시 가선거구에서도 민주당 후보 2명, 국민의힘 후보 3명이 출마했고 소수정당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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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제3정당인 정의당은 정치 개혁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여영국 당시 정의당 대표는 투표를 하루 앞둔 31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는 지지부진하게 뭉갰고, 선거구 획정은 법으로 정한 시한을 훌쩍 넘겨 정당과 후보의 준비 시간조차 빼앗아갔다. 게다가 시범 도입한 중대선거구제 실시지역은 생색만 내는 수준으로 축소 시켰다"며 "이 모든 것이 기득권 양당의 정치에 도전하는 제3의 정치세력을 위축시키고, 양당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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