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일(현지시간) 전투 중 탈영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러시아 병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나눠준 차를 마시며 울먹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우크라이나군 트위터]

지난 3월3일(현지시간) 전투 중 탈영해 우크라이나군에 항복한 러시아 병사(왼쪽에서 두번째)가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나눠준 차를 마시며 울먹이고 있다. [이미지출처=우크라이나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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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러시아 당국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선을 이탈한 탈영병들에 대한 재판을 두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요 전선에서만 한꺼번에 수백 명 단위로 탈영병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들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법에서는 공식적인 전시상황에서 탈영이 발생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소 징역 10년형에 처한다고 한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정부가 공식 선전포고한 전쟁이 아니라 돈바스 지역에 한정된 ‘특별군사작전’이라 전시 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탈영한 병사들은 기껏해야 퇴직금 없이 군에서 파면돼 고향으로 추방당하는 정도의 경미한 처벌만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탈영병을 총살해야 한다며 펄펄 뛴다고 해도 러시아 정부가 이들을 강도 높게 처벌할 법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도 러시아 정부는 좀처럼 선전포고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공식적인 선전포고가 있으면 국가총동원령 선포가 가능해지며, 러시아 전체 전력을 집중해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할 수 있다. 미국 등 서방의 무기 지원이 계속 이어진다 해도 러시아가 전력을 기울이면 우크라이나가 버티지 못하고 금방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푸틴 정권이 섣불리 선전포고 선언을 못하는 이유는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자신의 핵심 지지세력인 러시아 중심부 주민들을 전쟁에 동원할 수 없는 정치적 고뇌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이 대거 전쟁에 참여했다가 사망해 숫자가 줄어들면 지지율이 감소하고, 결국 정권도 흔들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로 인해 개전 이후 지금까지 징집병 대부분도 모스크바 인근이 아닌 시베리아 등 가난한 지역의 소수 민족들로 충당됐다. 이들 지역은 러시아의 최저생계비인 월 1만루블(약 20만원) 이하 수입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이 대부분이라 한 달에 17만루블이 지급되는 징집병 지원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사망자 대부분도 시베리아나 중앙아시아 지역 출신 병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대로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 대도시 주민들은 징집 대상에서 대부분 제외된다. 설사 자원입대한 병사가 있더라도 이들 병사들은 위험한 전선으로 내몰리지 않는다. 러시아 국방부도 사상자 전체 숫자보다 모스크바 및 인근 지역 병사의 사상자 확인부터 우선한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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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군부와 군사전문가들은 차라리 선전포고 후 총동원령을 내리고, 우크라이나군을 압도해 전쟁을 끝내는 게 피해가 적다고 입을 모으지만 독재자는 자신의 지지층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선택을 할 수 없다. 생활고에 내몰린 극빈층들만 돈과 생명을 맞바꾸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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