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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미국의 너무나 많은 일상 장소들이 ‘킬링 필드’로 바뀌고 있다." 뉴욕, 텍사스, 오클라호마 등 미국 각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총기 규제법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오후 생중계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기 참사 후 진행된 것이 없다. 이번에야 말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Do something)"며 이 같이 밝혔다. 샌디 훅, 찰스턴, 라스베이거스, 파크랜드 등 최근 10년간 총기 참사 사건을 일일이 열거한 그는 "지난 20년간 현역 경찰관, 현역 군인을 합친 것보다 총기로 사망한 학령기 아동이 더 많다"면서 "얼마다 더 많은 대학살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양심과 상식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총기규제법은) 누군가로부터 총기를 뺏는 것이 아니다.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가족을 보호하는 것, 전체 커뮤니티를 보호하는 것, 총에 맞아 죽지 않고 학교·식료품·교회에 갈 수 있는 우리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회를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만,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 대다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의회를 압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공격용 무기와 대용량 탄창 판매 등을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이를 금지할 수 없다면 이러한 무기를 구입할 수 있는 나이를 21세까지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뉴욕주 버펄로와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의 난사범 모두 총기 구매가 가능한 하한연령인 18세였다. 그는 또 위험 인물로 지목된 사람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이른바 레드 플래그법(red-flag laws)도 촉구했다.

총기 규제법 통과를 막고 있는 공화당 상원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다수 상원 공화당원이 이런 제안들이 토론되거나 표결에 오르는 것조차 원치 않는다는 사실은 비양심적"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의 반대 이면에는 총기 제조업체의 로비가 상당히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시간, 미 민주당은 하원에 총기 구매가 가능한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리는 이른바 '우리 아이 지킴이(Protecting Our Kids)' 법안을 상정했다. 이는 최근 텍사스주 한 초등학교에서 21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기 참사에 대응하기 위해 나온 법안으로 반자동 소총 구매가능 연령을 기존 18세에서 21세로 높이고 총기 밀매와 대용량 탄창 판매를 연방 범죄로 규정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하원 법사위원회는 다음주 이 법안을 논의한다.


하지만 이 법안 역시 현재 상원에 계류된 다른 2건과 마찬가지로 통과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과 달리, 상원은 절반 구도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60명 이상의 찬성표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법안 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상원에는 무기 판매 시 신원 조회 기간을 현재 3일에서 최소 10일로 연장하는 법안, 모든 총기 거래시 신원조회를 의무화하는 법안 등 총기 규제 관련 법안 2건이 계류 돼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직후 전미총기협회는 성명을 통해 "(총기 규제는)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며 진정한 리더십도 아니며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권리만 침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총기 규제를 공약으로 앞세웠던 바이든 대통령은 참사가 반복될 때마다 "이젠 정말 질린다"며 법안 통과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특히 이번에는 잇따른 총격으로 규제 여론이 확산하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앞서 그는 총기 규제 입법을 논의하기 위해 공화당 소속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과 회동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미국에는 최근 총기난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전날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한 병원 건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총격범을 포함해 최소 4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 당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4일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의 희생자 장례식 기간에 발생해 더욱 미국 내 충격을 더했다.


앞서 지난달 14일에도 뉴욕주 버펄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를 추종하는 10대가 흑인을 겨냥해 무차별 총격해, 10명이 숨졌다. 총격범인 페이튼 젠드런(18)은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날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총기 난사 계획을 세우고 이에 동참할 학생 모집에 나섰던 16세 고교생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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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올 들어 현재까지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이 총 232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매주 최소 한건 이상이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월별로는 지난달이 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4월(57건), 3월(42건), 2월(36건). 1월(34건) 순이었다. WP는 "최근 들어 총기 난사가 늘고 있다"며 "2014년 이후 매년 400건 안팎에서 2020년 611건, 지난해에는 700건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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