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이라 했는데 모욕 아냐?… “규제 필요”vs"표현의 자유 억압"
온라인상 모욕 증가세
1:1채팅, 게임 대화 등
모욕죄 구성요건 적용 어려워
시민들 처벌 강화 목소리 있지만
전문가들도 의견 엇갈려
온라인상에서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며 이에 상처받는 이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표현들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맞지 않아 실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독자 제공
A씨는 중고거래 도중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상품 소개와 실제 내용이 다르다고 판매자에게 말하자 “살 거 아니면 묻지 말라”는 취지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판매자는 “어쩌라고”라며 반말을 시작했고 결국 A씨에게 “XX"이라고 욕을 했다. 이에 A씨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모욕감을 느껴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것은 ‘공연성’이 충족되지 않아 처벌이 어렵다는 답변이었다.
B씨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즐기다 상대방에게 ‘ㄴㄱㅁ’(느금마라는 뜻으로 부모 욕 지칭), ‘벌레’ 소리를 들었다. 그는 모욕감을 느꼈다 생각해 고소장 접수를 고려했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 닉네임 또는 아이디(ID)를 가지고 특정인을 지칭할 수 없다고 봐 모욕죄 구성 요건인 ‘특정성’이 성립이 되지 않는다는 변호사의 답변을 듣고 고소를 포기했다.
온라인상에서 욕설과 비난이 난무하며 이에 상처받는 이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표현들이 모욕죄 구성요건에 맞지 않아 실체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은 구성요건을 완화해 처벌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형법상 모욕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 모욕으로 느낀 발언이나 표현이 다수의 사람 앞에서 이뤄져야 하며(공연성), 해당 발언이 구체적으로 사람을 향해야 하고(특정성),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모욕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모욕적이라고 생각하는 표현이 곧바로 모욕죄에 해당되긴 어렵다. 온라인 환경에서 1:1채팅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다수 앞에서 이뤄진 대화가 아니기 때문에 ‘공연성’이 성립되지 않는다. 게임 도중 채팅을 주고 받을 경우 ‘특정성’이 문제가 된다. 단순 ID만 공개되고 그 ID의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 특정이 되지 않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온라인상 모욕죄 신고건수는 늘고 있다. 경찰청 ‘사이버 모욕·명예훼손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관련 발생건수는 1만5926건이다. 이후 2019년 1만6633건, 2020년 1만9388건으로 오름세였고 지난해 2만9899건으로 2018년에 비해 약 1.8배 증가했다.
이에 시민들 사이에선 모욕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모씨(29)는 “온라인 뒤에 숨어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처벌 강화나 구성요건 완화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모씨(23)는 “처벌 강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터넷 실명제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그럴 경우 모욕죄 구성요건인 ‘특정성’을 충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고려진 대전지검 검사는 지난해 발표한 논문 ‘인터넷 모욕죄의 피해자 특정과 인터넷 ID 명예주체성 연구’에서 “인터넷 모욕행위는 인터넷 자아 모욕과 동시에 현실 세계 자아를 모욕하는 행위에 가깝다”며 “모욕 당시 현실 세계에서 피해자가 드러나지 않아도 대상 자체가 특정된다면 인터넷 모욕죄가 성립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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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마치 욕을 먹는 걸 국가가 돌봐주는 ‘가부장적’ 느낌이 강하다”며 “모욕죄 처벌 수준이 현재도 과하며 지나치게 확대되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며 장기적으론 민사적 해결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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