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굽는 타자기] 우리 고향이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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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진 기자] “명백한 사실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출생률이 사망률을 넘어서는 어떤 변화가 있지 않다면 일본은 결국 소멸하게 될 것이다.”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남긴 트윗이다. 수년 전부터 전 세계적인 인구 감소 문제를 지적해왔던 그는 일본의 총 인구 수와 관련해 이와 같이 지적했다.


해당 트윗이 알려지자 한국 시민들의 반응은 “우리가 더 빨리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실제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01년 1.31명으로 일본의 1.33명보다 낮아졌고, 지금까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의 하락세는 2016년부터 더욱 가속화돼 2020년 0.84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80년 한국의 인구는 3500만명으로 현재보다 약 1600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소멸이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를 20~39세 여성 인구로 나눈 비율을 소멸위험지수라고 한다. 보통 이 소멸위험지수가 0.5이하일 때 소멸위험지역으로 본다. 올해 포천, 속초, 여수에 더해 통영과 군산이 소멸위험지역에 편입됐다. 전국의 113개 지방도시가 소멸위험지수 1.0에 이르지 못하며 거의 모든 지방도시가 소멸의 길에 놓였다. 이에 정부는 수년째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며 다양한 노력과 시도를 하고 있지만 특별한 개선점이 눈에 띄지 않는다.


책 ‘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는 지방 소멸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대세 속에서 소멸 위기에서 부활한 일본의 도시를 조명하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겪었고, 우리보다 먼저 실험했다. 우리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상처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앞서 경험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 배우는 방법뿐이다.

일본 오카야마현의 마니와시는 소멸의 위기 속에서 버려지던 톱밥을 활용하며 지역활성화에 성공한 사례다. 산촌지역에서 남아도는 방치자원인 나무를 활용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정부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지역활성화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민간이 나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며 자연스럽게 지역주민이 참여하게 됐고, 이후 행정자원이 뒷받침하며 지역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마니와 사례를 통해 행정자본은 중앙주도의 하향식 재정투입을 통한 지역재생보다 지역기반의 민간 사업모델의 유효성을 살펴볼 수 있다. 여전히 지방 활성화를 위해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가 살펴볼 대목이다. 특히 마니와 사례를 일본 정부는 지역활성화의 표준 모델로 삼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는 것이 눈여겨볼 점이다. 지역활성화에 필요한 성공 요건들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해 다른 지역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 실패 가능성을 현저히 줄였다.


이 책은 수많은 시도 끝에 결국 파산한 도시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도 제시한다. 훗카이도의 유바리시는 지역몰락의 상징도시다. 지방행정의 잘못된 실패경로를 두루 밟았다. 2006년 일본의 기초지방자치단체중 최초로 파산선언을 했다. 파산 후 15년이 흘렀고, 수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파산 당시 12만명의 주민은 2021년 9월 기준 7145명에 불과하다.


유비라의 파산은 잘못된 리더십과 엇나간 정책이 불을 지폈다. 이를 견제할 감시기능은 멈췄으며, 견제세력인 의회는 귀를 닫고 주민을 눈을 감았다. 차별적인 소프트웨어 없이 단기성과에 천착한 토목형 하드웨어에 집중하며 결국 ‘탄광에서 관광’으로의 부흥 전략은 비극적 결말로 끝났다. 수요예측의 실패부터 방만한 경영에 따른 과잉 투자로 352억엔이 넘는 부채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책은 유바리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을 확실하게 말한다. 지역활성화를 위한 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결정, 추진하는 일련의 과정에 있다는 점이다. 과도한 행정주도와 방만한 재정투자, 감시체계 부실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급한 과제로 꼽는다. 또 지역이 원하고 지역에서 통하는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고향은 소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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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 위기의 지방도시는 어떻게 명품도시가 되었나? l 전영수 김혜숙 조인숙 김미숙 이은정 지음 l 라의눈 l 528쪽 l 2만5000원


이승진 기자 promoti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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