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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한숨 더니 '원숭이두창'…과학자들 초긴장한 이유[과학을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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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두창 증상.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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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례적으로 전세계적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pox) 감염 사태가 과학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이 한풀 꺾일 무렵 등장한 원숭이두창이라는 질병이 왜 지역 한계를 뚫고 수십개국으로 퍼져나갔는지 유전적 변이가 발생했는지, 이번 감염 사태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인지, 이전 발병 사례들과 어떤 차이를 갖고 있는 지 등을 놓고 집중 연구 중이다.


◇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

3주전 영국 보건 당국이 첫 환자를 발견한 이후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는 확산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영국은 물론 스페인, 포루투갈, 캐나다, 미국 등 20여개 비아프리카국가에서 400여명의 확진자 또는 의심 환자가 발생했다. 과학자들과 각국 방역 당국은 동시다발적으로 다수의 국가에서 개별 인구 집단 사이에서 감염이 발생한 점, 지역적으로 감염군 사이에 명백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 점, 바이러스가 지역적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초 발병 확인 후 독일, 프랑스, 벨기에, 포루투갈, 미국 등의 감염자로부터 바이러스를 채취해 검사했다. 이 결과 해당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들은 그동안 서부아프리카에서 발병했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행이 이 유형의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사망률이 1% 이하여서 중앙아프리카형(10% 이상)보다 훨씬 덜 치명적이다. 또 해당 바이러스들이 2018년~2019년 서부아프리카를 여행했다가 돌아 온 사람들에게서 발견됐던 것들과 동일한 염기 서열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버니 모스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 연구원은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누군가 서부아프리카를 방문하는 동안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다른 사람들에게 퍼졌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도 있다. 구스타보 팔라시오 뉴욕 마운트시나이 의대 연구원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아프리카 지역 외의 다른 곳에서 이미 동물ㆍ인간 사이에서 감춰진 채 유행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가설은 원숭이두창이 육안으로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피부 증세를 일으켜 의료진에 의해 즉시 보고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유럽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원숭이두창 등 해외 감염병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27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유럽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원숭이두창 등 해외 감염병 검역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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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돌연변이 가능성은?

그렇다면 원숭이두창은 왜 갑자기 대륙을 넘어 유행하기 시작했을까? 과학자들은 혹시나 유전적 변이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지만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17년 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서부아프리카형과 중앙아프리카형 등 두 가지 종류로 나뉘어져 있고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아직도 유전자 수준에서 이유를 명확히 규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레이첼 로퍼 이스트캐롤라이나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다른 많은 병원체의 바이러스에 비해 거대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6배 이상 크다"면서 "이는 유전체를 분석하기가 6배 이상 더 어렵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또 열악한 아프리카의 의료ㆍ보건 상황 등 때문에 그동안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 팔라시오 교수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하려면 아프리카에 가서 다람쥐나 설치류 등의 숙주 역할을 하는 동물들에게 바이러스를 채취해 염기서열을 분석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도 누구도 그런 연구를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 대규모 감염 막을 수 있나?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가 벌어지자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연두 백신을 구매하고 나섰다. 미국 전염병통제예방센터(CDC)는 천연두 백신에 대해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를 접촉한 뒤 4일 이내에 접종할 경우 발병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도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감염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들을 대상으로 천연두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오히려 걱정되는 것은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유럽ㆍ북미 등의 동물들에게 전파되는 것이다. 이 경우 해당 지역의 인간과 동물들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면서 아예 자리잡아 풍토병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PC)는 지난 23일 이같은 가능성을 주목했지만 아직까지는 낮다고 보고 있다. 유럽 보건 당국자들은 다만 기니피그나 햄스터처럼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애완동물들을 따로 격리시키고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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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병화됐나?

이번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감염이 스페인ㆍ벨기에서 열린 동성애 파티를 통해 각국으로 퍼졌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같은 의심이 확산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원래 감염된 사람ㆍ동물의 병변ㆍ체액ㆍ호흡기 비말과의 긴밀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앤 리모인 미 캘리포니아대 면역학 교수는 "성 행위로 인해 감염된 환자들이 있다고 해서 이 바이러스들이 전염성이 더 강해졌다거나 성병화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이 바이러스는 밀접한 접족을 통해 쉽게 퍼질 뿐이다. 코로나19는 물건이나 피부의 표면에서 금방 죽지만, 이 바이러스는 오래 생존할 수 있어 침대 시트나 문 손잡이 같은 곳을 통해 전파된다"고 설명했다. 동성애와의 연관성에 대해선 "우연히 동성애자 그룹에 스며든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지속적으로 퍼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각국들이 코로나19으로 시행하던 강력한 방역조치들을 해제하면서 전문가들은 이번 원숭이두창 감염 사태처럼 방역 조치로 인해 억제되던 다른 감염성 질병들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미국의 과학전문지 STAT에 따르면, 5월임에도 불구하고 독감을 일으키는 41형 아데노바이러스로 인한 입원율이 치솟고 있다. 대체로 겨울철에 유행하며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간염 증세를 일으키는 질병이다. 마찬가지로 겨울에 주로 퍼지는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RSV)도 지난해 여름과 이른 가을철 미국과 유럽에서 널리 확산된 바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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