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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의 미래]④ “한국의 샹젤리제 거리 되지 않을까요”-공근혜 갤러리 대표

최종수정 2022.05.18 09:07 기사입력 2022.05.18 06:00

한국에 사진 전시 물꼬 튼 공근혜 대표
서촌 특색 잃지 않으면서 변화해야
'한국의 샹젤리제 거리'로 변화 기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소재 공근혜 갤러리 전경 (사진제공=공근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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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서희 인턴기자] 공근혜 대표는 2005년부터 ‘공근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15년 넘게 이어진 '전시 인생'은 우연히 찾아왔다. 대학 졸업 후 떠난 프랑스 인턴십 과정에서 파리 최대 화랑인 ‘이 봉 랑베르’에 들렀고, 그곳의 작품 창고에서 마주친 한 사진에 매료돼 미래를 설계하게 됐다.


사진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을 보고 공 대표는 "작품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까지도 공 대표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베르나르 포콩 작가의 ‘사랑의 방’ 시리즈 이야기다. 국내에선 사진 작품에 대한 인식이 전무하던 시절, 공 대표는 ‘반드시 이 작가를 한국에도 소개하리라’ 결심하고 귀국했다.

그렇게 2005년 논현동에서 사진 전문 화랑으로 문을 연 공근혜 갤러리는 2006년엔 삼청동 초입의 팔판동으로, 2010년엔 삼청동으로 이전하며 회화ㆍ조각ㆍ영상ㆍ설치 등 다양한 현대 미술로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는 마이클 케나, 어윈 올라프, 펜티 사말라티 등의 세계적인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맺고 다양한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청와대 개방 3일째였던 지난 12일 오후, 공근혜 갤러리 2층에서 공 대표를 만났다. 중단발 머리에 파란 스카프를 두르고 나온 공 대표는 부쩍 늘어난 인파 탓인지 조금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10년 넘게 삼청동에서 갤러리를 운영해온 공 대표에게 청와대 개방 이후 달라진 서촌의 모습과 앞으로 기대되는 서촌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2010년 이후 10년 넘게 이곳에서 갤러리를 운영했다. 지금껏 본 서촌은 어떤 동네인가.

▶서촌은 아름다운 만큼 불편한 점도 많은 동네다. 경비가 굉장히 삼엄했다. 2000년대 초반엔 경찰 검문이 심해서 버스도 마음대로 못 다녔다. 택시를 타면 기사님이 “거기 들어갈 수 있어요?”하고 물을 정도였다. 처음으로 이 동네에 8번 버스가 다니기 시작한 게 노무현 정부 이후일 거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또 한 번 규제가 완화됐지만, 여전히 불편한 점이 많다. 대통령이 지나갈 때마다 보안상 이유로 전파를 끊어버리는데, 핸드폰 사용하기가 편치 않다. 이번에 청와대가 용산으로 이전했는데, 용산 주민분들도 아마 비슷한 불편함을 겪으실 것 같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계속 갤러리를 운영한 이유는.


▶청와대 옆에 있다 보니 규제가 많긴 했지만, 내 성격상 크게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었다. 전시회 오시는 분들이 조용한 공간을 선호하기도 하고. 나도 서촌만의 고즈넉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이 동네 주민들이 다들 비슷하다. 특성상 집회가 한번 일어나면 일대가 마비돼 버린다. 이명박 정부 때 촛불 시위나 박근혜 정부 때 탄핵 시위 당시, 집에 못 들어가고 근처 호텔에서 숙박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다른 동네로 이사 안 가고 여기서 몇십 년씩 사는 걸 보면, 이곳만의 편안함이 좋아서 그런 거 아닐까.


지난 10일, 청와대 개방 첫 날의 공근혜 갤러리 앞 모습 (사진제공=공근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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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를 개방했다. 개방 첫날, 느낌이 어땠나.


▶‘머리가 하얘졌다’는 표현이 딱 맞을 것 같다. 여기서 10년 넘게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그렇게 많은 인파를 본 적이 없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우리 갤러리가 청와대를 관람하려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위치에 있더라. 관람 후 출구가 춘추문인데, 우리 갤러리가 바로 그 옆에 있지 않나. 청와대 관람 후 삼청동 큰 길을 거쳐 금융연수원 맞은 편에 있는 북악산 등산로와도 이어져 등산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청와대 개방 전에는 갤러리 바로 앞에 있는 카페에 지금처럼 사람이 많지 않았다. 청와대 직원이나 기자들이 점심 먹고 잠깐 들리는 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은 테라스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저렇게 사람이 꽉 차 있다. 저 카페가 원래 오전 11시쯤에 오픈하고 오후 5시에 마감했는데, 지금은 영업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늘렸다.


---갤러리 관장으로서 청와대 개방이 긍정적이라고 이해하면 될까.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국립현대미술관처럼 입장료를 받는 미술관은 유동 인구가 늘고 방문객이 많아지면 바로 수입으로 연결되므로 운영에 도움이 된다. 그런데 화랑은 입장료가 아닌 작품을 팔아서 돈을 벌지 않나. 주변에 사람이 모인다고 수익으로 연결되진 않는다. 게다가 삼청동과 사간동 일대는 대중적이기보다 소수를 겨냥한, 고가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타깃층이 한정적이다. 최근에 전시 플랜을 바꿔야 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전시 플랜을 바꾼다는 게 무슨 뜻인가.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작품 문턱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개방 이후에 남녀노소 다양한 관객층이 갤러리를 찾고 있다. 그런데 예전처럼 소수만을 위한 작품을 전시하면 안 되지 않나. 지금 청와대 개방 기념으로 진행하고 있는 태킴 작가의 특별전도 작품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 중 하나다. 누구나 와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선정했다. 또 원래 겨울에만 하던 마이클 케나 작가의 전시전도 청와대 개방 기념으로 올해 6월 말로 당겼다. 베르사유 궁전, 우크라이나 등 일반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사진으로 골랐다.


지난 12일 오후 3시 경, 공근혜 갤러리 앞 카페를 찾은 시민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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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 이후 상당수 규제가 풀리고 서촌이 개발될 거란 기대감이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은.


▶건물주 입장에선 좋을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무분별한 규제 완화는 안 했으면 좋겠다. 이 지역만의 특색이 있지 않나. 한옥만 지을 수 있다든지, 지상 8m 이상으론 건물을 지을 수 없다든지 등. 서촌의 색깔이 오래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런 까다로운 규제의 영향도 있었다고 본다. 우리 갤러리에 전시하는 작가 중에 마이클 케나라는 분이 있다. 프랑스ㆍ일본 등 세계를 돌면서 풍경과 대도시 사진을 찍으시는 분인데, 서울에 와서 놀랐다고 하더라. 자연이 너무 망가져서. 개발하더라도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적당한 선에서 해야 하는데, 지금 서울은 적정선을 넘어선 것 같아서 안타깝다.


---적정선을 지키면서 개발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프랑스 파리에 에펠탑이 생길 때, 다들 어떻게 저런 흉물을 들여놓느냐며 비난했었다. 그런데 파리는 구도심에 5층짜리 옛 건물들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규제했고, 에펠탑이 그런 파리의 환경과 잘 어우러지도록 관리하니까 최고의 관광지가 되지 않았나. 서촌도 그런 모습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건물을 짓더라도 주변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하면 좋지 않을까.


---앞으로 서촌이 어떻게 변화할 것 같나. 기대하는 서촌의 미래가 있다면?


▶서촌이 ‘한국의 샹젤리제 거리’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 간 모든 관광객이 샹젤리제 거리를 구경하고 오지 않나. 코로나가 종식되고 한국으로 해외여행 오는 사람이 늘면 여기도 대통령이 거주하던 곳이었으니까 유명해지고 대표적인 관광지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나 역시 서촌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기대감을 안고 있다. 가끔 서울에서 수십 년간 살면서도 이 동네에 한 번도 온 적 없다는 분들을 만난다. 정말 놀랍다. 그런 분들에겐 내가 이렇게 말한다. “여기, 서촌이 진짜 서울이죠.”


이서희 인턴기자 ksa0111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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