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감정에 호소하는 강력범들
상암동·김제 사촌형수 살해범
“배심원 판단 받아보고 싶다”
형량 줄이고 재판 지연 의도
변호인 “양형에 유리하지 않아”
전문가들도 “크게 영향 없어”
지난 10일 상암동 건설사 임원 살헤한 혐의를 받는 장모씨(55, 왼쪽)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전자발찌 훼손 후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씨(57,오른쪽) 재판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사진=오규민 기자 moh011@, 연합뉴스
"제가 말주변이 없지만 판사님께 설명하자면 저는 (피해자에게) 농락 당하고 속고 그가 약 올리고 했습니다. 녹취록 확인 안 하시면 제 마음 모릅니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안동범)의 심리로 열린 마포구 상암동 건설사 임원 살인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 장모씨(55)는 이같이 말하며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는 녹취록을 증거로 제출하고 증인도 채택 해달라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지난 2월22일 피해자 A씨 사무실 계단에서 건물 명도소송 관련 합의금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준비된 흉기로 피해자를 약 26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장씨는 재판에서 "살해를 한 건 인정하지만 공소장에 있는 내용도 다 틀리고 억울한 게 많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전북 김제에서 사촌 형수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자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남성도 "유무죄를 다투진 않으나 양형과 관련해 배심원들의 판단을 받아 보고 싶다"고 했다. 그의 변호인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전자발찌 훼손 후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윤성(57)씨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제가 이걸 해서 감형 이런 게 아니다. 흉악범이 아닌데 매도하니까 너무나…"라고 했다.
강력범죄자들이 일반공판 대신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이유는 유무죄를 다투기보다는 자신이 범행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해 조금이라도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판사보다는 배심원을 상대로 감정에 호소하는 동정론을 펼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서다. 가능한 한 최대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지난 6월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내놓은 ‘2008~2020년 국민참여재판 성과분석’에 따르면 같은 기간 974건의 살인사건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접수됐다. 이 중 536건(55%)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이어졌다.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변호사들의 생각은 다르다. 양형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다며 말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앞서 장씨 측 변호인은 법정을 빠져 나오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면) 불리하다고 수차례 얘기했는데도 피고인이 돈 문제에 대해 많이 억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기피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반 재판에 비해 시간과 비용, 노력이 많이 들어서다. 배심원이 최대 9명까지 참여하다 보니 하루 안에 증거조사부터 선고까지 진행된다. 재판시간도 길어지고 배심원을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잔혹성, 범행수법 등이 영상으로 공개되면 배심원들이 양형 의견에 있어서 더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할 수 있다"며 "통계적으로도 피고인이 감정으로 호소하는 것이 양형에 크게 영향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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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파운더스)는 "피고인들이 재판부가 자신을 엄하게 다룬다는 ‘불신’을 가지는 경우가 있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기도 한다"며 "그렇게 사람들 마음에 호소해보겠다는 건데 판사가 참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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