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은 놔두고 매뉴얼만?…산업계 노심초사
국정과제에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담겨
경영자 처벌 조항 시행령 개정으로는 한계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제 임기 중에 첫째 정책방향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푼다는 것이다. 정부 역할은 기업인들을 방해하는 걸림돌과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며, 새 정부는 국민들과 기업이 열심히 돈을 벌겠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 지원해줘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일하겠다."(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4월20일 전주 국민연금공단·대불국가산업단지 방문)
새정부가 시행 100일(6일)을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개정 대신 하위법령을 손보기로 했지만 경영계에서는 벌써부터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새정부 국정과제가 공개됐지만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 개혁’ 내용이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에서다.
6일 산업계에 따르면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산업안전과 관련해서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 및 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화하겠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상황과 법 시행이 얼마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법을 고치기 보다는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명확화하겠다는 것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의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에 따른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 항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황희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안전·보건 관계 법령 내용은 이 법에 따른 처벌의 전제가 되지만 법문만으로는 그 구체적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이 안전이나 보건에 관한 작은 내용이라도 찾아낸다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은 의무위반의 혐의를 벗어나기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계에서 그동안 개정을 요구해온 처벌 조항에 대해서는 시행령 개정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재해로 노동자가 한 명 이상 사망하면 안전조치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영계는 경영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징역형 보다 벌금형으로 처벌 수위를 낮추기를 요청하는데 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 로펌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단시간 내 법률 개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기업 입장에서 사전적인 규제 검토 및 컴플라이언스 분석에 따른 대응책 마련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강도를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적인 법 개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아무리 안전 예산이나 인력을 대폭 늘려도 사고는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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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에서 과도한 규제 입법으로 지목했던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화평법(화학물질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에 대해서도 법 개정 대신 ‘2024년 유해화학 물질 지정·관리 차등화 도입’으로 국정과제에 담겼다. 화학물질의 종류 등에 따라 규제를 달리 적용하겠다는 취지지만 세부 내용이 나올 때까지는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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