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장연 "왜 죄 없는 사람이 무릎 꿇어야 하나" 이준석 '볼모' 발언 분노
전장연 28일 경복궁역-혜화역 출근길 시위
무릎 꿇은 김예지 "정치인으로서 책임 통감"
장혜영 "차기 與대표 모욕·폄하 표현 유감"
전장연 "왜 죄 없는 사람이 무릎 꿇어야 하나"
"이준석, 직접 여기에 와서 사과하라"
28일 오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시작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시위에 참석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출근길 아침에 불편 드려 죄송합니다", "21년 동안 외쳤지만 바뀐 게 없었습니다."
28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25번째 '출근길에 지하철 탑니다' 시위가 진행됐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권리 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출퇴근 시간 지하철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전장연은 이날 8시20분께 경복궁역에서 3호선 열차를 타고 충무로역까지 이동한 뒤, 4호선으로 환승해 명동, 한성대입구역을 거쳐 종착지인 혜화역에 도착했다. 원래 경복궁역에서 혜화역까지 가기 위해선 충무로역에서 한번만 갈아타면 되지만, 전동휠체어를 탄 시위 참가자 10여명이 환승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여러 번 갈아타더라도 엘리베이터 탑승 횟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경로로 이동했다. 시위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자, 시민들과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출근길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도 "그렇지만 저희는 평생 불편을 겪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이동에 앞서 "많은 시민이 출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한다. '출근길에 지하철 탑니다'라는 것이 왜 특별한 언어가 되어야 할까. 이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라며 "저희는 이동하지 못했기 때문에 교육받지 못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김대중 정권부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에도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서울시로 말하면 이명박, 오세훈, 박원순 시장과 지금 다시 오세훈 시장에게 이야기 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인권 보장 단체 등은 지난 2001년 오이도역, 2002년 발산역 등에서 리프트 추락사고가 발생한 이후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을 20여년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하철 역사 내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등 상황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장애인들이 이동하는 데는 여전히 큰 어려움이 따른다. 아직도 서울 지하철역 전체 283곳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역은 22곳이나 된다. 지난해 12월 통과된 교통약자법 개정안은 시내·마을버스를 교체할 때 의무적으로 저상버스를 도입하도록 했지만 시외·고속버스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가 여전하다.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출근길 시위에서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이 서울 지하철 4호선에 올라타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예산 확보를 촉구하고 있다./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원본보기 아이콘이날 전장연 시위에 참가한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저희는 평생껏 이동할 수 없어서 교육받을 수 없었다. 국가는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지 않고 장애인들을 감옥 같은 거주 시설에 내몰았다"며 "21년을 외쳤는데도 바뀌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인에게 반드시 말뿐이 아닌 직접 예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약속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두고 "시민을 볼모로 잡았다"고 표현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선전전에 나와서 이야기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찾아온다고 했으니 나오라. 페이스북으로 치졸하게 장애인들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아침 선전전을 왜곡하지 말라"며 "왜 김예지 의원이 땅바닥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하나"라고 분개했다.
앞서 이 대표는 출근길 시위가 시민들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며 지난 주말 내내 전장연을 저격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무조건 현재의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시위가 지속될 경우 현장으로 가서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전장연 시위에 참석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정치가 해결해야 할 갈등을 시민들에게 떠넘겼다"며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 회장은 "본인이 잘못한 것을 다른 사람이 사과하도록 하지 말고, 직접 여기에 와서 사과하라"고 이 대표에게 거듭 요구했다.
이준석 대표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난다더니, 아무리 나이 젊어야 뭐하나. 기본 바탕이 퇴행적이고 엉망"이라면서 "인성교육부터 먼저 받으시길 강력히 권한다"고 일갈했다.
이날 시위에 함께 참석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정치의 책임 방기를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몸소 행동에 나서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라며 "이에 대해 모욕적인 발언, 폄하 표현을 차기 여당 당대표가 되실 분이 반복하고 있다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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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시위는 장애인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모든 시민들 누구라도 이동권, 교육권, 지역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권리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싸우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가 지금 와야 하는 자리는 바로 이곳이다. 권한과 책임 있는 분들이 시위에 오셔서, 혹은 공식적인 면담을 할 준비를 해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귀기울여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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