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시사한 美파월…공격 긴축에 다시 고개드는 'R의 공포'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박병희 기자]세계 통화정책을 이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이 21일(현지시간) 경기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높이는 이른바 ‘빅스텝’ 가능성을 예고했다.
미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한 가운데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 간 금리 스프레드(금리 차)는 불과 0.17%포인트까지 좁혀지며 장·단기물 금리 역전 조짐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Recession)의 전조로 여겨진다. Fed의 공격적인 긴축이 경기 둔화를 넘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파월 "인플레 너무 높다" 빅스텝 시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 참석해 "노동시장은 매우 강력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면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론이 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매파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Fed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년3개월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일주일도 채 안돼 나온 발언이다. 시장에서는 FOMC 직후 기자회견보다 더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파월 의장은 "중립 수준을 넘어 단호한 긴축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약간의 경기둔화 가능성은 감수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사실상 오는 5월 FOMC에서 대차대조표 축소와 함께 0.5%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은 오는 5월 FOMC에서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60%가까이 반영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매파 발언에 시장은 출렁였다.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채권 시장에서 미 국채 금리는 장단기물 가릴 것 없이 모두 치솟았다. 10년물 국채 금리는 2019년5월 이후 최고치인 2.30%로 뛰어 올랐다. 30년물 금리는 2.52%, 2년물 금리는 2.13%를 넘어섰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Fed의 긴축 행보가 뚜렷해지며 이달 들어서만 무려 0.69%포인트 상승한 상태다. 이는 2004년4월 이후 최대 월간 상승폭이다. 리전 뱅크의 알란 맥나이트 최고투자책임자는 "Fed가 얼마나 멀리 갈지, 인플레이션 추세가 얼마나 악화할 지 등을 두고 채권 시장에 많은 불안감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좁혀진 장단기 금리..경기침체 전조?
특히 시장에서는 이 과정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조만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상회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960년 이후 장·단기 국채 금리가 역전됐을 때 1966년과 1998년 사례를 제외하고 모두 1~2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했었다.
올 들어 10년물과 2년물 간 금리 차는 무려 0.6%포인트 이상 좁혀졌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3일 10년물(1.63%)과 2년물(0.79%) 금리차는 0.84%포인트였다. 하지만 이날 금리차는 0.17%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스프레드가 0.5%포인트 미만으로 떨어지면 위험신호로 판단한다. 10년물과 7년물 금리는 이미 역전됐으며 10년물과 5년물도 역전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해 10월부터 확인돼왔다. Fed가 금리 인상을 본격적으로 예고한 시점이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 금리가 빠르게 오른 반면 장기 금리는 경기 불안감을 반영해 더디게 오르며 금리 차도 좁혀진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2~10년물 금리 차 축소는 단순히 Fed의 긴축 개시에 대한 반응을 넘어 침체 위험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CNBC에 따르면 향후 12개월 내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은 30% 이상, 유럽은 50% 이상으로 전망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기 둔화 속 인플레이션이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잇따른다.
파월 의장은 이날 장·단기 금리 차 축소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다만 그는 2~10년물 금리 차보다 18개월의 짧은 금리 차가 경기 침체를 예측하는 데 더 정확하다는 Fed 내부 보고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3개월물 국채 금리와 선도 거래 시장에서 형성된 18개월물 금리 격차는 2.29%포인트로 크게 벌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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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이코노미스트인 에릭 엥그르스톰과 스티븐 샤프는 2018년 6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단기 국채 선도 거래 금리차가 2~10년 만기 국채 금리차보다 경기 침체를 더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주장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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