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 '대손준비금' 더 쌓으라는 금감원… 속내는 "배당자제 신호"?
금감원 은행에 대손준비금 추가적립 권고
지정학적 리스크에 금융지원책 연장 대비
대손준비금, 자본이지만 배당활용은 불가
추가적립 규모에 따라 배당여력 감소 불가피
[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고 권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데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조치가 6개월 추가 연장된 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일 전 은행권에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냈다.
금융당국은 원래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규모를 더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경제·금융전문가 간담회 직후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위기대응 여력이 있을 정도까지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은보 금감원장 역시 같은 달 "좀 더 충당금을 쌓게 해서 금융기관들이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의 요구가 바뀐 이유는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의 차이에 있다. 은행은 부실을 대비해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쌓는다. 대손충당금은 국제회계기준(IFRS9)에 따라 은행들이 자체 평가해 이익의 일부를 적립한다. 만약 해당 대손충당금이 은행업감독규정에 명시된 대손충당금보다 적으면 모자란 만큼 대손준비금으로 쌓는다.
은행은 대출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으로 분류하는데, 금감원은 은행업 감독규정에 각 자산별로 최저 대손충당금 기준을 각각 0.85%, 7%, 20%, 50%, 100%로 정해놓고 있다. 개인대출이냐 기업대출이냐, 어떤 업종이냐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다. 보통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돼 대손충당금을 20% 이상 쌓아야 한다.
대손준비금 늘리면 배당가능이익 감소 불가피
대손충당금은 회계상 비용으로, 대손준비금은 자본으로 처리된다. 대손충당금은 비용이기 때문에 이익으로 안 잡혀 배당에 쓸 수 없고, 대손준비금도 이익잉여금의 일부로 만들어지지만 법정준비금이므로 역시 배당에 활용할 수 없다. 그만큼 배당가능이익은 줄어들게 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올해 1월부터 대손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얘기했는데도 은행들은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국이 원하는 만큼 충당금을 많이 쌓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21%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이는 금융당국의 코로나19 대출 지원, 즉 대출 만기연장 등으로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은 착시효과로 분석된다.
충당금을 많이 쌓지 않은 만큼 이익이 늘어나 배당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이 관계자는 "감독규정에 정한 기준에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적립한 대손충당금을 뺀 금액이 대손준비금이기 때문에 대손준비금을 더 쌓으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애매하다"며 "아마 감독규정 상 기준을 더 높여서 대손준비금을 더 쌓게 한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방식으로 대손준비금을 더 쌓게 한다면 배당가능이익이라도 줄여서 배당잔치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절보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은행별로 쌓아둔 돈(대손준비금+대손충당금)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기 충격이 지속됐던 2010년 기준 은행들은 각 사별로 위기에 대비해 지금보다 최대 1조원 이상 더 많이 적립해 놓고 있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10년 9월말 기준 5조59억원까지 쌓아뒀었다. 우리은행도 2011년 3월 기준 4조5626억원을 가지고 있었다. 코로나19가 진행중인 지난해 9월 기준 각각 3조8691억원(KB국민), 3조3057억원(우리)이었던 것과 대조하면 1조1368억원, 1조2569억원씩 적은 금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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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 대손충당금만 따로 떼서 봐도 2020년 대비 지난해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별 대손충당금은 국민은행 1조4352억원, 신한은행 1조3540억원, 우리은행 1조1890억원, 하나은행 1조2410억원이었다. 하나은행만 1년전보다 415억원 증가했고,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은 각각 53억원, 904억원, 1270억원씩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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