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가 판사였다면 너희 다 죽었어" '소년심판' 교화냐 처벌이냐 [사건수첩]
판사 된 김혜수, 소년범 심판…넷플릭스 '소년심판' 열연
잔혹하고 끔찍한 10대 범죄, 처벌 수위 논란
지난달 25일 공개한 넷플릭스 국내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심은석(김혜수) 판사가 촉법소년 처벌에 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 캡처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나중에 재판 다 끝나고 나서 '법 참 쉽네!'우습게 여기면 그땐 어떡합니까! 쟤들 커서 더 큰 범죄로 지우 같은 피해자들 계속 생겨나면 그땐 누가 책임집니까! 보여줘야죠. 법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사람을 해하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제 새끼 아깝다고 부모가 감싸고 돌면 국가가 법원이 제대로 나서야죠!"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
끔찍한 시신 훼손, 성인보다 더 잔혹한 범죄, 여성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또 다시 성폭행, 피해자는 극단적 선택…그러나 이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른바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형법 9조) 14세 미만의 자는 범죄를 저질러도 형법상 형사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처벌을 할 수 없다.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여기에 '범법소년'까지 더 해지면 상황은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 범법소년은 10세 미만으로 처벌을 할 수 없음은 물론 보호처분도 할 수 없다. 명백한 피해자가 있고 강력한 처벌을 원해도 법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 같은 상황에 판사 심은석은 분노한다.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도 그 수준에 맞는 처벌이 아닌 일종의 훈장으로 여기는 비행청소년들을 향해 법의 무서움을 알려주고자 한다. 영화 속 심 판사의 답답함이 그대로 현실에 반영 되었다면, 다음과 같은 현실 속 통계는 없었을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심은석 같은 판사가 있었다면, 강력한 처벌이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 살인, 강도, 강간, 추행…10대가 저지른 끔찍한 범죄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7364건이었던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건수는 2019년 8615건으로 늘었다. 이어 2020년 9606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3년 기준으로 촉법소년은 살인 8건, 강도 28건, 방화 111건, 강간·추행 1140건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다. 만일 처벌이 강력했다면 이 같은 증가추세는 멈출 수 있었을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달 12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민정책배심제 형식으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각각의 의견을 냈다. 이날 토론회 자리에는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참여했다.
한영선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전 서울소년원장)는 "살인을 저지른 촉법소년에게 징역 3년형을 부과한다면 출소 이후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겠냐"며 "소년법원에 회복적 솔루션 위원회를 설치해 전문가들이 피해자의 실질적 회복을 돕고, 가해자도 소년원에서 진심으로 반성할 수 있는 체계를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우리사회가 촉법소년 범죄를 함께 책임지는 '회복적 사법' 제안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꾸준히 증가하는 잔혹한 10대 범죄 수준에 맞춰 사회가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견해다. 승 위원은 강력범죄에 한해 형사미성년자 연령 상한을 최소 만 13세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승 위원은 2020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 현황 건수가 2016년 대비 1.5배 늘어났으며, 2020년 미성년자 보호처분 사례 중 만 12세가 711명인 반면 만 13세는 2,449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 매체 기고 글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영역에선 유토피아적 이상향에 기댄 장밋빛 이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와 냉철한 이성에 바탕을 둔 실천 가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판사 최초로 8년 연속 소년재판을 한 천종호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부장판사는 "소년교도소가 전국에 1개밖에 없기 때문에 소년범들이 한데 모여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연령대별 소년교도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이들의 일탈을 온갖 권력으로 무마하려는 어른들의 일그러진 모습도 '소년심판'에서 볼 수 있는 포인트다. 결국 10대 범죄는 어른들의 어두운 사회 구조에서 자라날 수 있다는 비판적인 장면이다. 사진=넷플릭스 '소년심판'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 처벌이냐 교화냐 정치권 의견 분분…인권위 '교화' 강조
정치권에서도 소년범 처벌에 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월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 14세인 촉법소년 상한을 낮추겠다"며 "청소년 발달 정도, 사회적 인식 수준에 맞춰 적정연령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촉법소년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또 "학교폭력·성폭력 등 중범죄에 대한 촉법소년 적용 예외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측은 "처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연령 하향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앞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형사 처벌이 가능한 미성년자의 기준 연령을 낮추려는 관련 법 개정 움직임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범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보호와 교육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라는 취지다.
지난 2018년 12월 인권위는 "국회에 발의된 형법과 소년법 일부개정안은 유엔 아동권리협약 등이 강조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 관점에 반하고,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표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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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소년범을 엄벌에 처하는 게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며 "소년범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재범률 증가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재비행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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