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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김현정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연두교서)은 "자유는 항상 독재를 이긴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것으로 시작해 "하나의 미국"을 외치는 것으로 끝났다.


약 1시간 진행된 국정연설의 초반 상당 시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작정 비판을 쏟아냈다. 독재자는 침략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 금지 등 추가 제재 조치도 발표했다.

또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를 "최고 우선순위"라고 평가하며 해외 공급망을 국내 생산으로 돌려 근본적 생산 능력을 끌어올림으로써 인플레이션 압박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첫 국정연설서 푸틴 비판..."러시아 더 고립시킬 것" 추가 제재도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9시8분부터 10시10분까지 워싱턴DC 의회의사당에서 취임 이후 첫 국정연설에 나섰다. 코로나19로 갈라졌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뭉칠 수 있었다고 입을 뗀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는 항상 독재를 이긴다"며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했다.

그는 "6일 전 푸틴 대통령은 자유세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근간을 흔들려고 했다"며 "그(푸틴)가 잘못 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통해 세계가 전복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코 예상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힘의 벽에 직면했다"면서 "그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만났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독재자가 침략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들이 더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고 추가 제재를 이어갈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제 자유세계가 그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제 세계에서 고립됐다"며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유럽연합(EU), 영국, 일본, 중립국 스위스 등과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아울러 러시아를 더욱 고립시키는 조처라며 러시아 항공기의 미 영공 비행 금지, 러시아 재벌 범죄를 조사하는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 등 추가 제재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의 요트, 호화 아파트, 개인 전용기를 찾아내 압류할 것"이라며 이 같은 재산을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익'이라고 꼬집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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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시작부터 외교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연설 초반 바이든 대통령은 "빛은 어둠을 이길 것"이라고 이날 초청된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일어나서 세계와 우크라이나에 신호를 보내자"고 하자, 의사당 내 기립 박수가 이어졌다. 의사당 내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파란색과 노란색 의상을 입거나 국기를 든 이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고 두번 반복해 발언하자 다시 박수가 쏟아졌다. 마르카로바 대사의 참석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직접 파견하지 않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우리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 교전하지 않을 것이고, 충돌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 루마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군 지상군, 공군 비행대, 선박 등을 배치했다"며 "미국과 동맹은 나토 회원국의 모든 영토를 방어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미국과 동맹국들이 군사, 경제, 인도적지원을 포함해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가 등 원자재가 급등 우려에 "미 기업, 소비자 보호 위해 모든 수단 사용"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한 상황을 언급하며, 미국의 기업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생활 물가에 예민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최근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가 강화되며 미국 내 인플레이션이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발생하고 있는 소식들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불안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우리는 괜찮을 것"이라며 이날 미국, 한국을 비롯한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이 11년 만에 비상 비축유 6000만배럴 방출에 합의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우리의 비상 비축유에서 3000만배럴을 방출하면서 그 노력을 견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필요하다면 더 많은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조치는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시대의 역사가 쓰여질 때,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전쟁은 러시아를 더 약하게 만들고 나머지 세계를 더 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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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인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를 언급하며 "최고 우선순위"라고 언급했다. 그는 "나의 최고 우선순위는 물가를 통제하는 것"이라며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한 방법은 임금을 낮추고 미국인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더 나은 계획이 있다"고 이를 ‘더 나은 미국 건설’이라고 칭했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은 "임금이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라. 미국에서 더 많은 자동차와 반도체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 내 더 많은 인프라와 혁신, 더 많은 상품의 빠르고 저렴한 이동 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하자"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경제학자들이 이에 대해 ‘경제의 생산능력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부른다면서 "나는 더 나은 미국 건설이라고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한 내 계획이 당신의 비용을 낮추고 적자도 줄일 것"이라며 "17명의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들은 내 계획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압박을 줄일 것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싸움 새 국면 도달"...중국과의 경쟁 겨냥한 발언도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새 국면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밤 우리가 더 정상적인 일상으로 안전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2년 이상 동안 코로나19는 우리 삶과 이 나라 삶의 모든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제 피곤하고 좌절하고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새로운 지침에 따라 더 많은 미국인이 마스크를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다음 주부터 미국인들이 연방 정부로부터 더 많은 무료 코로나19 검사키트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사무실을 다시 열어 재택 근무자가 안심하고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인 미국인의 75%가 백신을 완전히 접종하고 입원도 77% 감소하면서 대부분의 미국인은 마스크를 벗고 직장에 복귀하고 교실에 머물며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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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는 지구에서 가장 좋은 도로, 다리, 공항이 있다. 우리 인프라는 세계에서 13위"라며 지난해 대표적 입법 성과인 인프라 법안의 성과를 강조했다.


또한 "이것은 미국을 변화시킬 것이고, 21세기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직면하고 있는 경제 경쟁에서 이기는 길이 될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발언도 이어갔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 미국인에게 맞서는 쪽에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미래 산업, 일자리와 관련해 "중국과 다른 경쟁자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미국경쟁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200억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칩 생산시설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날 국정연설에 초청된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인텔이 투자 규모를 1000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면서 "미 역사상 가장 큰 제조업 투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법안 통과"라며 기업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저소득가구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고소득자와 기업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대러 제재와 우크라이나 사태에 긴 시간이 할애된 반면, 그외 외교적 문제는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서는 미군 참전용사 지원 내용 정도만 짧게 언급됐다. 그는 지난달 은퇴를 밝힌 스티븐 브라이어 연방 대법관에게 경의도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말미 "오늘 우리는 1년 전보다 더 강해졌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보다 1년 뒤에 더 강해질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도전에 맞서고 극복해야 할 때"라고 '하나의 아메리카'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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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62분에 걸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2002년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47분50초) 이후 가장 짧은 국정연설이라고 CSPAN은 밝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은 80분32초, 2010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69분20초였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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