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타임스스퀘어 물들인 외침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러시아인으로서 나는 말하고 싶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푸틴(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전쟁을 멈춰라."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었다. 2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타임스스퀘어에서 우크라이나 국기를 상징하는 노란색과 파란색 풍선을 손에 든 한 여인은 쉬지 않고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We stand with Ukraine)"고 외쳤다. 노란색과 파란색 꽃으로 만들어진 화관을 머리에 쓴 어린 아이는 그 누구보다 활짝 우크라이나 국기를 펼친 채 섰다. 타임스스퀘어 곳곳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한다', '푸틴은 멈춰라', '전쟁을 멈춰라', '(러시아를) 더 제재하라' 등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인 만큼 많이 보였던 이들은 러시아인들이었다. 확성기를 들고 자신이 러시아인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나는 내 조국을 부끄러워하고 싶지 않다"며 "푸틴은 전쟁을 멈춰라"라고 외쳤다. 또 다른 여성은 '나는 러시아인으로서, 전쟁을 멈추라고 말한다'고 영어로 작성한 마스크를 쓰고 이날 시위에 참석했다. 이들은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평화를 원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NBC, ABC, CBS 방송에 잇달아 출연해 "이르면 오늘 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이 '설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침공 가능성을 두고 예고했던 2월16일에는 아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날은 러시아의 추가 군사행동이 없는 것을 전제로 당초 유럽에서 미러 외무장관 회담이 열리기로 합의됐었던 날(이후 취소됐다)이었다.
하지만 결국 푸틴 대통령은, 모두의 우려대로 전쟁에 나섰다. 그리고 그 날부터 사람들은 이곳 타임스스퀘어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여 우크라이나 국가를 부르고, '전쟁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침공 사흘째 들리는 소식들은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일찌감치 파병에 선을 그은 미국과 서방은 '힘'을 앞세운 러시아 정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미 국방부 고위 당직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집결했던 러시아 병력의 50% 이상이 우크라이나 내부로 진입했고, 현재 키예프의 30km 외곽까지 진주했다고 밝혔다. 수도 키예프 곳곳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보건장관은 이날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98명이 사망했고 10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에 군인이 포함됐는지는 불분명하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참모는 지금까지 약 35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죽거나 다쳤다고 주장했다.
과연 이들의 죽음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한 사람의 욕심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인명이 더 희생돼야 하는가.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이번 전쟁에 과연 어떤 대의가 있는가. 앞서 푸틴 대통령이 장장 55분에 걸쳐 밝힌 국영TV 연설이 그의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야비한 수사들에 불과했다는 게 오히려 이번 침공으로 증명된 듯 하다.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선 러시아군이 스네이크섬에 주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원들에게 무전으로 항복하라고 권하자, 수비대원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이제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문장이 됐다. 이날 타임스스퀘어에서도 사람들은 이 문장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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