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 파업이 두 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22일에는 배송물량이 가장 많은 날을 택해 노조원 120여명이 경기도 광주에 있는 CJ대한통운 곤지암메가허브 앞을 2시간가량 막아 10t 이상의 간선차량 170여대가 터미널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곤지암메가허브에서 하루 드나드는 물류의 수만 250여만개에 이른다. 같은 날 또 다른 조합원들은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에 올라가 기습시위도 벌였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은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라"고 요구하며 이 같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엄밀하게 보면 CJ대한통운은 제3자다. 택배기사의 사용자는 대리점이고, 택배노조의 대화 상대 또한 대리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시위, 폭행, 재물손괴, 업무방해 등이 두 달간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사측은 물론이고 대리점, 고객사, 소비자,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택배노동자들에게까지 확산하고 있다.
플랫폼 경제가 주류 경제로 자리잡은 이후 플랫폼 노동과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주목해왔다. 이전에도 있었던 플랫폼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처우개선을 위한 비용부담도 대부분 수용했다. 사회 전반의 변화만 봐도 노동계에 적대적이지 않고 어찌 보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대표적 무노조 기업이던 삼성전자에 노조가 설립돼 임단협을 벌이는 중이다. 노조 구성도 생산직 중심에서 최근에는 사무직 노조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과잉입법이라는 우려에도 공공부문에 노동이사제가 도입돼 공공기관 경영에서 노동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됐다. 경영계의 반대와 우려가 컸던 중대재해처벌법도 시행에 들어갔고 산업안전보건법은 강화됐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계기로 노동계가 요구해온, 건설업계가 반대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에 대해 정부는 원칙적으로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노조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고 있지만 노조, 그중에서도 양대노총의 하나인 민주노총은 변화는커녕 20년, 30년간 이어온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19년까지 (규모와 무관하게) 총연맹 집행부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실행한 것은 잠정적으로 30회인 것으로 집계됐다. 집행부가 총파업 돌입 선언을 하지 않은 것은 5개 연도(2007년, 2009~11년, 2013년)에 불과했다.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태현 전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작년 말 민주노총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파로 분열된 운동 풍토 △박제화된 투쟁집회 문화 △총연맹과 산별·지역본부와 현장 결합력 약화 △창의성과 자발성의 약화 등등 25년 전과 지금의 조건은 매우 달라져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의 총파업 투쟁을 보면, 투쟁의 요구가 조합원 자신의 요구로 주체화되고 있는지, 전체 민중과 국민에게 분명히 각인되고 있는지 불분명하고 당위적인 구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중기 한신대 교수는 "양경수 집행부의 총파업전술에 대해 불평등과 위기 중첩, 내부 노선 혼란·무기력을 돌파하는 수단으로서 동의하기 힘들다. 오히려 알리바이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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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에 웬 파업’ ‘노조공화국’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성 노조를 비판하던 말은 옛말이 됐다. 달라진 시대, 달라진 환경,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노조의 파업일변도를 두고서는 ‘노조는 왜 변하지 않나’라는 비판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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