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대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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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국가인원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징계권고 결정에 따른 징계 처분이 확정된 뒤에는 인권위 징계권고 결정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 대상자가 '징계권고 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은 법률상 이익이 아니라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해 '소의 이익'이 인정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경찰관 A씨가 인권위를 상대로 낸 징계권고 결정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A씨의 청구를 각하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2019년 6월 29일 새벽 5시30분경 A씨를 비롯한 경북 상주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술에 취한 사람이 아파트 주차장에 누워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A씨 등은 상주시 모 아파트 지상주차장에 술에 취해 누워있는 B씨를 발견하고 상태를 확인하던 중 B씨와 실랑이가 벌어졌고, B씨를 일으키려던 A씨와 B씨 사이의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A씨 등은 B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해 수사를 진행했지만 2020년 2월 19 검사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B씨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욕설하는 B씨의 음성이 담긴 녹음파일, 사건 현장의 폐쇄회로(CC)TV 영상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영상분석 등을 토대로 내려진 결과였다.


B씨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고소인 A씨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해 항고, 재정신청 등을 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불기소처분을 받은 B씨는 인권위에 'A씨 등의 현행범 체포 과정에 과응대응이 있었다'는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상주경찰서장에게 A씨를 비롯한 출동 경찰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다.


인권위는 ▲A씨 등이 폭력행사라고 주장하는 체포 당시 B씨의 행위는 단지 A씨를 향해 손을 앞으로 뻗는 행동에 불과해 A씨가 B씨의 목을 손으로 가격해 방어를 위한 제압을 할 정도의 필요성이 있었던 행위로는 보이지 않고 ▲당시 술에 취해있던 B씨가 욕설을 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B씨의 신분증을 이미 확인해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임을 알고 있던 상황에서 B씨에게 도망이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A씨 등 경찰이 B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행위는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위법한 체포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권위는 A씨가 피해자 진술조서를 작성할 때 "B씨가 주먹으로 자신의 얼굴을 한 차례 가격했고, B씨의 발길질에 맞아서 왼쪽 손가락 부위에도 통증이 느껴지며, B에게 맞으면서 안경이 떨어져 파손되기도 했다"고 진술했는데, 자신의 위법한 선행행위는 누락한 채 일방적으로 B씨가 경찰을 폭행한 것처럼 진술함으로써 B씨가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처벌 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적법하지 않은 공무집행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인권위로부터 A씨 등에 대한 징계를 권고받은 상주경찰서장은 2020년 6월 11일 A씨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문경고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A씨는 이 같은 징계 처분에 소청심사 등 불복절차를 거치지 않아 징계 처분이 확정됐다. 재판에서 A씨는 상주경찰서장 등 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해서 불복기간 내에 다투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장의 징계 처분을 다투지 않았던 A씨는 2020년 7월 28일 징계 처분의 계기가 된 인권위의 징계권고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 해당 사건과 관련된 허위보도 등을 통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근거자료로 판결문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1심 법원은 "피고(인권위)가 2020년 3월 18일 상주경찰서장에게 한 원고(A씨)에 대한 징계권고 결정을 취소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비용도 인권위가 부담하도록 했다.


당시 재판부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췄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해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포 당시의 상황에서 볼 때 그 요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춰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의 현행번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결을 원용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B씨가 술에 만취해 사리분별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계속 욕설을 하며 A씨의 정면에 서서 손을 뻗었고, A씨가 이를 제지하며 밀치자 거듭 A씨에게 손을 뻗어 대응하는 등 물리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B씨의 행위를 '경찰에 대한 방어행위'로 단정하기는 어렵고 공무집행방해죄의 폭행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B씨가 A씨와 이야기하다가 왼손을 반쯤 올렸는데 A씨가 B씨를 밀쳤고, 이에 B씨가 왼손으로 A씨를 때리려고 했으나 A씨가 이를 피한 것이 확인된다"는 국과수의 CCTV 영상 분석 의견도 참고가 됐다.


재판부는 비록 B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내렸지만 이는 B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책임을 묻기에 부족하다는 판단일 뿐, B씨의 행위가 정당하다거나 A씨의 체포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B씨의 신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출동해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던 A씨와 그러한 경찰을 상대로 만취해 욕설에서 나아가 유형력을 행사한 B씨 사이에 선후와 우열이 불분명한 다툼이 발생한 상황에서, 직무를 집행하던 A씨는 위법한 체포행위를 해 인권침해를 했음을 이유로 징계를 당해야 하고, B씨는 위법한 체포로 인권침해를 당한 피해자로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인권침해에 해당되는지와 그에 따른 징계권고 여부는 피고(인권위)의 재량에 속하지만, A씨가 B씨를 체포한 행위를 두고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해 위법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A씨가 위법한 체포행위를 했다는 피고의 판단과 그 판단을 토대로 이 사건 징계권고 처분에 이른 데에는 사실을 잘못 인정했거나 재량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잘못이 있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인권위의 징계권고 처분이 적법했는지를 따져보기에 앞서 과연 이번 소송이 소의 이익이 있는지를 살펴봤다. 피고인 인권위가 본안전 항변을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인권위는 상주경찰서장이 이 사건 처분(인권위의 징계권고)에 따라 A씨에게 불문경고 처분을 해 이 사건 처분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소멸해 결국 소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행정처분이 집행 등의 사유로 그 목적을 달성한 경우에는 그로써 이후의 법적 효과는 소멸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도 소멸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인권위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미 징계 처분이 확정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 만큼 그 같은 징계 처분의 계기가 된 인권위의 징계권고를 취소하는 것이 법률상 의미가 없다는 의미다.


한편 A씨는 ▲이 사건 처분(징계권고)의 사유와 상주경찰서장의 자신에 대한 불문경고 처분의 사유가 다르고 ▲설령 두 처분의 사유가 동일하고 이 사건 처분의 법적효과가 소멸했다고 해도 자신의 정신적 고통, 명예회복의 필요성, 허위보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의 예정 등을 고려할 때 예외적으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현실적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과 달리 인권위의 징계권고 결정과 상주경찰서장의 불문경고 처분의 사유는 모두 'A씨의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의 과잉대응'으로 같다고 봤다. 또 A씨가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아 민사소송에서 원용할 수 있다고 해도 이러한 이익은 사실적·경제적 이익에 불과하며, 이 사건 처분의 취소 여부와 무관하게 A씨는 상주경찰서장의 불문경고 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거나, 허위보도를 한 언론기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기 때문에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해 각하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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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도 이 같은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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